김분희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은 2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정부는 여성벤처기업가에 대한 형식적인 지원에 머물렀다. 윤석열 정부는 단순 지원이 아닌 체계적인 육성정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법률이든 시스템이든 한번 하고 바뀌는 게 아닌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육성체계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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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협회장에 오른 김분희 회장은 “한국은 세계 8위 무역 대국이다. 최근에는 박찬욱 감독이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허준이 교수는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을 받았다. 아울러 손흥민 선수는 영국축구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했다. 이렇게 한국은 경제적으로도 사회·문화적으로도 선진국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점을 봐야 한다. 전체 벤처기업 중 여성벤처는 10%에 머물러 있다. 전체 벤처 투자 중 여성벤처 비중은 7.6%에 불과하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 수준을 볼 때 한국을 진정한 선진국으로 볼 수 있겠는가”하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내년 2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윤석열 정부를 대상으로 이러한 여성벤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법률적, 시스템적으로 체계적인 여성벤처 육성정책을 만드는 데 방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을 서울 역삼동 한국여성벤처협회에서 만나 여성벤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지난해 2월 취임한 뒤 1년 6개월 정도 지났다.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경기가 잔뜩 움츠린 상황 속에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분과를 중심으로 더욱 활발히 교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분과는 △IT(정보기술) △제조 △유통 △지식서비스 등 4개 업종별로 구성했다. 분과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나눈 결과 ‘전국 여대생 벤처성장 챌린지’, ‘글로벌 여성기업 포럼’, ‘여성벤처 정책포럼’ 등 여성벤처 발전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협회가 지난해 공익법인으로 지정됐다. 공익법인이 되면 기부금 모금이 가능하다. 성공한 여성벤처기업가가 협회를 통해 기부하고 이는 후배 여성벤처기업가 육성에 쓰여질 수 있는 것이다. 멘토링과 판로 확보, 홍보, 마케팅 등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벤처생태계를 갖출 수 있다. 여성이 창업하고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 결국 사회적으로 여성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여성벤처기업이 지난해 사상 처음 4000개를 돌파했다. 그동안 협회가 여성벤처기업 창업과 성장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로 보는데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여성벤처기업 수는 4104개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에 전체 벤처기업 증가율을 다소 주춤했던 반면, 여성벤처기업은 3.9%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국내 전체 벤처기업 수가 4만개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아직 여성벤처가 갈 길은 멀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협회는 그동안 여성벤처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해왔다. 조직관리, 마케팅 등 기업경영에 필요한 분야별 전문 교육부터 경영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조찬 세미나, 포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특히 최근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이 중요해지는 추세에 따라 대학과 연구원, 민간기업 등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여성벤처기업 성장에 필요한 네트워킹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 연간 최대 규모 예비창업지원사업인 ‘예비창업패키지’에 여성특화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이는 매년 10대1 이상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여성 창업 붐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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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주52시간제, 최저임금, 중대재해법 등 그동안 기업들을 옥죄온 규제를 손보기로 하면서 기업가들 사이에선 반색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협회 역시 기대가 크다. 특히 이전까지 여성벤처기업에 대한 형식적인 지원에 머물렀다면, 윤석열 정부는 법률적으로 여성벤처기업 육성체계를 마련해줬으면 한다. 여성벤처기업은 창업 아이템이 굉장히 다양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IT, 바이오, 에너지, 지식서비스 등이 그렇다.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아이템 역시 많다. 하지만 여성벤처기업은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받기도 쉽지 않고 정책적인 지원에서도 소외됐다.
여성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우선 ‘글로벌여성벤처이노베이션센터’(가칭)를 제안한다. 창업에서 스타트업, 스케일업 등 단계별로 필요한 제도, 시스템 등을 한곳에 모아놓은 곳이다. 교육, 멘토링 역시 가능하다. 창업을 원하는 여성이 이곳을 찾으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이 외에 여성 특화 액셀러레이터,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 프로그램에 여성트랙 신설 등도 필요하다. 투자사 전문평가사 중 여성 인력도 육성해야 한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출신이다. 여성벤처 업계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이영 장관은 실제로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등 벤처업계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 여기에 국회의원을 지내며 정무적인 감각까지 겸비했다. 혁신벤처생태계 발전을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여성벤처기업가들과도 긴밀히 소통하면서 여성벤처 목소리를 반영한 현장 중심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 2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일에 주력할 계획인지
▷그동안 협회 내실을 다지고 회원들 간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이제 남은 기간은 여성벤처기업 위상을 강화하고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려고 한다. 우선 올 하반기 중 ‘여성벤처 주간행사’(가칭)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회에서 여성벤처 정책포럼도 열 것이다. 아울러 협회가 공익법인으로 지정된 만큼 공공기관, 민간기업 협력을 이끌어내 여성벤처기업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여성벤처 육성정책을 법률화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