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 여는 투표”…오전 6시 투표소 열리자마자 온 유권자들

이소현 기자I 2022.06.01 08:13:21

[선택 6·1]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소 둘러보니
새벽 이른 시각부터 유권자들 발길 이어져
등산가기 전, 출근 전 소중한 '한 표' 행사
"7장 투표지 헷갈려"…"지역일꾼 뽑아야해 중요"

[이데일리 이소현 이용성 이수빈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일인 1일 전국 1만4465곳 투표소에서 본 투표가 시작됐다. 지난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87일 만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다.

두 달여 전 대선 때만큼의 열기는 아니지만, 서울의 투표소 곳곳에서는 투표 시작 시각인 오전 6시 전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이데일리 취재진이 둘러본 광진구 광장동제1투표소가 마련된 광장중학교 앞에는 투표소 문이 열리기 전인 오전 5시 30분부터 유권자들이 하나둘씩 모이더니 5시 40분이 되자 20명, 투표소 문이 열리는 6시에는 70명까지 긴 줄이 이어졌다.

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제1투표소가 마련된 광장중학교에 투표소 문이 열리는 오전 6시 전부터 긴 대기 줄이 이어져있다. (사진=이수빈 기자)
오전 6시가 되자 투표관리원들은 시민이 주소지 관할의 투표소를 맞게 찾아왔는지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지난달 27~28일 진행한 사전투표와 달리 지선 당일 본 투표는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만 할 수 있어 일부 투표소에서는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유권자들은 선거인명부의 등재번호를 알아와야 하는데 이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사무원들이 등재번호를 찾아주기도 했다.

이날 광장중학교에서 가장 먼저 투표를 마치고 나온 차동욱(93)씨는 “5시 25분에 도착했는데 투표를 마치고 산에 가려고 일찍 나왔다”며 “늘 투표 시작 시각보다 일찍 와서 투표를 하는데 대선 때보다 관심이 덜한지 대기 줄이 훨씬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반려견과 새벽 산책길에 나서기 전에 투표하러 온 이종길(66)씨는 “(반려견이) 밖에서만 대소변을 보는데 보채니까 투표도 할 겸 일찍 나왔다”며 “대선 때보다 열기가 확실히 덜하긴 한데 개인적으로 후보들이 단일화를 통해 정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제1투표소가 마련된 광장중학교에 반려견이 투표하러 나온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이수빈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열리는 네 번째 선거로 유권자들은 투표소 내 방역수칙에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실외에서는 벗었던 마스크를 다시 착용해 투표소 안으로 입장했다. 다만 확산세가 진정된 상황이어서 대선 때처럼 발열 확인을 하거나 비닐 가운, 페이스 실드 등의 방역 물품은 투표소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회용 비닐장갑은 테이블 위에 비치돼 유권자들이 자율적으로 낄 수 있게 했다.

성동구 행당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최모(67)씨는 “아침에 등산가기 전에 투표하고 가려고 잠깐 들렀다”며 “코로나 이후에 한두 번 투표한 게 아니라서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선때와 달리 이번 지선에서 서울지역 유권자는 투표용지 7장을 두 차례에 걸쳐 받게 되면서 투표 안내는 물론 투표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졌다. 광장동제2투표소가 마련된 광장초등학교 투표관리원들은 “어르신들 앞에서 3장 받고 투표하고, 뒤에서 4장 받고 투표해야해서 조금 천천히 따라주셔야 한다”고 안내했다. 실제 유권자들은 1차로 3장(교육감, 시·도지사, 구청장·시장·군수) 선거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한 뒤 접어 투표함에 넣은 후 2차로 4장(지역구 시·도의원, 지역구 구·시·군의원, 비례대표 시·도의원, 비례대표 구·시·군의원) 선거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했다.

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제1투표소가 마련된 광장중학교에 투표소 문이 열리는 오전 6시 전부터 긴 대기 줄이 이어져있다. (사진=이수빈 기자)(사진=이수빈 기자)
출근 전에 소중한 한 표 행사에 나선 양모(39)씨는 “투표 종이가 너무 많아서 헷갈렸는데 한 장은 또 잘못 찍은 것 같다”며 “바빠서 토론회 같은 것도 챙겨보지 못하고, 정책도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와서 투표하려니 헷갈리고 아쉽더라”고 말했다.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61)씨는 “휴일이 장사가 훨씬 잘돼서 일찍 출근 전에 투표하려고 방문했다”며 “7장이나 종이가 있으니까 헷갈렸는데 어젯밤 급하게 후보들을 찾아봤는데도 막상 투표하려고 하니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고 웃었다.

음식점에서 일하는 이모(55)씨는 “출근하자마자 아침 일거리를 치우고 사장님한테 투표하러 간다고하고 나왔다”며 “투표용지가 7장으로 많긴 했는데 구청장이랑 몇몇 후보자들밖에 몰라서 나머지는 새 정부가 힘을 내서 일하도록 밀어줬다”고 말했다.

잠옷차림으로 투표하러 온 50대 조모씨는 “후보자가 누가 있는지는 잘 모르는데 민주시민의 권리인 투표를 포기할 수 없으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투표하러 왔다”며 “아는 후보는 아는 대로 투표하고 모르는 후보들은 야당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들은 안내표지판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손을 모아 인증사진을 찍은 이모(32)씨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니 오히려 대선보다 더 중요한 투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까지 2시간 동안의 전국 투표율은 3.8%로 잠정 집계됐다. 2018년 제7회 지선의 같은 시간대 투표율 4.6%보다 0.8%포인트 낮다. 지난달 27~28일 이틀 동안 진행된 6·1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지방선거 역대 최고인 20.62%로 나타났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 당일인 1일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 빨간색 기표 도장이 찍힌 손등을 보이며 투표 ’인증샷’을 찍고 있다.(사진=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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