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령전' 출품작으로 NFT 판매 도전
4월 13일 업비트에서 경매
"그림 통해 사회·역사 보여주려"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NFT(대체불가토큰)는 21세기 미술의 새로운 감상법이에요. 현대의 테크닉과 작가 정신이 만나 간접적이지만 광범위한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거죠. 하나의 그림을 여러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예술의 보편성을 확장하기도 해요.”
빈센트 반 고흐, 앤디 워홀, 마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까지. 한 시대의 아이콘을 사진보다 더 생생하게 작품에 담아온 서양화의 거장 강형구(67) 화백이 ‘Amulet_호령전_범을 깨우다’ 전시 출품작을 통해 처음으로 NFT 판매에 도전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30일부터 ‘호령전’에 참여한 작가들의 NFT 드롭(경매)이 진행되는데, 강 화백의 드롭 날짜는 4월 13일이다. ‘호령전’에 전시했던 ‘게이즈 오브 제너레서티1(Gaze of Generosity1)’과 ‘베토벤 오브 더 블랙 타이거(Beethoven of the Black Tiger)’를 NFT로 판매할 예정이다.
| 강형구 화백(사진=이윤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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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위치한 화실에서 만난 강형구 화백은 “NFT는 작품이 전시장 밖을 나와 세계에 퍼질 수 있는 무한대의 감상폭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며 “작가 역시 한가지 방향성에서 벗어나 원작이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색깔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NFT를 받아들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호령전’은 메타버스 하이브리드 전시회로 원작은 물론 디지털전시, 메타버스, NFT 전시 등 4가지 테마로 38인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의 주제는 임인년의 상징인 ‘호랑이의 영험한 기운’이다. 이번 전시에서 강 화백은 호랑이와 베토벤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호랑이를 주제로 한 전시라고 해서 호랑이만 그려놓으면 재미가 없잖아요. 베토벤이 마침 1770년 호랑이띠이기도 하고, 청각이 없어져 가는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용기있게 세상을 헤쳐나간 그의 눈빛에서 호랑이를 발견했죠. 우리는 대부분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호랑이에 익숙해져 있는데, 인간에 의해 길들지 않은 야생의 호랑이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제도권의 울타리에 억압되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그의 작품은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뛰어넘은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을 자랑한다. 화폭에 담긴 인물들의 얼굴은 붓이 아닌 에어브러시, 면봉, 지우개, 그라인더 등 날카로운 못이나 가위 같은 도구로 그려졌다. 얼굴의 솜털부터 피부결까지 실감나게 표현하고자 하는 그만의 방식이다.
“사회에는 역사의 흐름이 망라돼 있기 때문에 시대의 초상을 그리고 싶었어요. 특히 내 그림의 소재는 한이 맺혀있는 인물들이 많아요. 마릴린 먼로의 경우도 성공한 여배우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을 거치며 야망을 키워나갔어요.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계모한테 학대를 받은 신데렐라도 소재가 될 수 있죠.”
앞으로 그려보고 싶은 인물은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다. 아르헨티나 사람임에도 쿠바에 가서 인민들을 해방시킨 영웅이자 이 시대의 지도자상이라는 생각에서다. 강 화백은 “판사나 의사는 국가 고시가 있어서 검증을 받을 수가 있는데 화가는 그런 게 없다보니 이 나이까지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앞으로도 사회와 역사를 생각하게 하는 시대의 인물들 그림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울과 경기에서 전시를 마친 ‘호령전’은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에서 31일 전시를 마무리한다.
| 강형구 화백(사진=레이빌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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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형구 화백의 ‘Gaze of Generosity1’(사진=레이빌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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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형구 화백의 ‘Beethoven of the Black Tiger’(사진=레이빌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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