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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프론티어]⑬ABL바이오 "이중항체 핵심기술, '콜라보'로 꽃피운다"

강경훈 기자I 2018.02.14 05:00:00

한화케미칼 신약그룹 연구원들 의기투합해 창업
약효 높이는 이중항체 핵심기술 해외서 인정
네이처 자매지, ''주목할 뇌치료제 기술'' 선정
시너지 위한 외부 협력 적극적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이중항체 핵심기술 연구에만 집중할 것입니다. 신약개발에 이중항체를 이용할 곳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바이오업계에서 협업(Collaboration)은 두 회사가 서로 발전할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ABL바이오는 설립 3년차 바이오벤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제약사들이 앞다퉈 공동연구를 제안한다. 네이처 자매지 바이오파마딜메이커스에서 주목할만한 기업으로 소개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전직원 37명 중 87%인 32명이 연구직이고 이 중 박사급이 12명이다.

회사를 설립한 이상훈(55) 대표는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에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생화학제제 복제약)인 ‘다빅트렐’ 개발에 관여했다. 이전에는 파멥신을 공동창업하는 한편, 미국에서 노바티스에 합병된 카이런을 비롯해 아스트라제네카, 제넨텍, 엑셀레시스 등 글로벌 제약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이 대표는 한화케미칼이 2014년 바이오사업에서 철수키로 결정하면서 당시 임원으로서 눈물로 사업부를 정리해야만 했다. 이후 그가 2016년 한화케미칼 신약개발파트 멤버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가 바로 ABL바이오다. 이 대표는 “3년차 신생회사지만 이미 연구·개발(R&D)과 기술동향 파악 등 경험이 풍부했기 때문에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 겪는 초기 시행착오를 건너 뛸 수 있었다”고 말했다.

ABL바이오의 주력은 이중항체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하거나 암이 생기면 항체가 이들과 맞서 싸운다. 항체는 하나의 항원에만 작용한다. 열쇠와 자물쇠처럼 둘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단 한가지가 아니라는 게 문제. 두 개의 항체를 하나로 합쳐 공격성을 높이는 게 바이오 업계 글로벌 화두다.

ABL바이오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ABL바이오 제공)
ABL바이오는 국내 이중항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8월에는 항암신약개발사업단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 ABL001의 임상1상시험에 착수했다. 이중항체 임상시험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암이 자라기 위해서는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영양분을 받아야 한다. ABL001은 암세포가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것을 막는다. 특히 혈관내피성장인자(VEGF)와 신생혈관을 조절하는 물질인 Dll-4에 동시에 작용한다. 이와 유사한 이중항체는 미국 온코메드와 애브비 등 글로벌 제약기업들도 개발 중이다. 이상훈 대표는 “개발 단계는 이들보다 늦지만 동물실험 결과는 더 긍정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항암제 트렌드인 ADC(항체-약물 접합)에 이중항체를 이용하는 것도 연구 중이다. ADC는 암 신호를 잡는 항체에 화학합성의약품인 항암제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 연구는 ADC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레고켐바이오(141080)와 공동으로 진행한다. 이 대표는 “레고켐바이오는 항체에 약을 연결하는 링커기술이 발달했고 ABL바이오는 항체기술에 강점이 있다”며 “1년 반째 공동으로 만성림프구성백혈병 ADC 신약을 연구하는데 이상적인 협력사례라고 본다”고 말했다.

ABL바이오는 최근 동아에스티(170900)와 이중항체 항암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동아에스티가 관심을 보인 이 기술은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항체와 종양괴사인자 항체를 결합해 정상세포는 공격하지 않고 암이 있을 때에만 강력하게 작용한다. 이 대표는 “개발에 성공하면 부작용은 줄이면서 효과는 높일 수 있다”며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동아에스티와 손잡은 만큼 시너지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이처 자매지인 바이오파마딜메이커스에 소개된 ABL바이오의 이중항체 기술.(사진=ABL바이오 제공)
이중항체로 항암제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ABL바이오는 뇌질환인 파킨슨병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뇌에는 혈류뇌장벽(BBB)이 있다. 외부 물질로부터 뇌세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혈류뇌장벽은 약성분도 이물질로 간주한다. ABL바이오는 한 쪽에는 BBB에서 영양분을 주고받는 신호에 작용하는 항체를, 다른 쪽에는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시뉴클린 단백질을 차단하는 항체를 가진 이중항체를 개발했다. 단독항체를 쓸 때보다 약물전달이 3.5배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세계적인 학술지인 바이오파마딜메이커스는 지난해 11월 ‘주목할만한 뇌질환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ABL바이오의 BBB 통과 이중항체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경쟁사들보다 적은 양만 써도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치매 같은 중추신경질환으로 영역을 넓히거나 BBB 통과 플랫폼 자체를 기술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중국 회사와 진행하는 공동연구를 비롯해 스위스 제약사도 ABL바이오에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이 대표는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나름 노하우가 있지만 특정 분야에 한정됐다”며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협업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ABL바이오는 이중항체를 핵심기술로 발전시키는 한편, 치료제 개발에 대해서는 다른 업체들에 문호를 개방해 공동연구로 진행하는 게 수익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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