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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丙申年 생활백서]②Home Alone:얇아진 주머니, '집돌이·집순이' 양산

김태현 기자I 2016.01.08 06:00:00

저성장 기조 장기화로 얇아진 주머니…집에서 해결
싼 값에 간단하게 끼니 해결하는 집밥 레시피 열풍
혼자 집에서 술을 즐기는 이른바 ''혼·술·족'' 등장해
집에 있는 시간 길어지면서 ''셀프 인테리어'' 인기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과거 싱글족들에게 집이란 ‘단순히 잠만 자고 나오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 일찍 들어갈 일도 머물러 있을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싱글족들에게 집이 갖는 의미가 커지기 시작했다. 저성장 기조 장기화로 지갑이 얇아지면서 바깥보다는 집에서 저렴한 비용에 모든 걸 해결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2015년 집밥은 하나의 사회적 문화로 자리 잡았다. 저렴한 가격에 간단한 레시피로 한 끼 식사를 뚝딱 만들 수 있는 쿡방이 인기를 끌면서 집밥에는 관심이 없었던 싱글족도 집에서 밥을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무엇보다도 외식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CJ제일제당 ‘백설 케익믹스’ 광고 모델 김풍(오른쪽)과 박준우 (사진=CJ제일제당 제공)
이 때문에 식음료 업계에서는 쿡방의 주역인 셰프테이너들을 앞세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CJ제일제당(097950)은 셰프테이너이자 만화 작가이기도 한 김풍을 ‘백설 케익믹스’의 광고 모델로 전면에 내세우며 직접 집밥을 만들어 먹는 싱글족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술까지 집에서 홀로 즐기는 싱글족들도 늘어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궁상맞게 혼자 집에서 술을 마시냐’는 핀잔을 들었을 테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분위기도 변했다.

광고 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지난해 ‘직장인’, ‘혼자’, ‘한잔’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한 소셜 데이터 1만9085건을 분석한 결과 ‘맛있다·저녁·좋아하다·맥주·퇴근·힘들다·즐겁다·분위기·근처·힐링·행복·편하다·간단하다’ 등 주로 긍정적인 단어가 언급됐다고 설명했다. 혼자 집에서 술을 마시는 일이 더 이상 부끄럽거나 궁상맞은 일이 아니게 된 것.

모임이나 회식에서 주변 분위기에 맞춰 술을 마시기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즐기는 것이다. 이노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혼자’, ‘한잔’ 연관 키워드 분석 결과 (자료=이노션 제공)
직장인의 69%는 ‘혼자 하는 것’, ‘혼자 있는 것’에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아쉽다·무섭다’ 등 부정적인 감성 키워드보다 ‘즐겁다·행복하다’ 등 긍정적 키워드의 비중이 높았다.

싱글족 수요가 많은 편의점에서 주류 판매가 늘어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A편의점에 따르면 2015년 맥주와 소주 등 주류 매출은 전년 대비 20~30% 급증했다.

한편, 식사와 술자리 등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자기 취향대로 저렴하게 집을 꾸밀 수 있는 셀프 인테리어 열풍이 뜨겁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셀프 인테리어 제품 7종의 매출은 전년대비 20% 이상씩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문 손잡이로 지난해보다 매출이 82%나 급증했다. 문잡이는 교체 방법이 간단하다는 점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집안 분위기를 확 바꿔줄 수 있는 조명과 벽지 매출도 각각 같은 기간 40%, 25% 늘었다. 벽지의 경우 일일이 풀을 발라줘야 했던 예전 방식 대신 문구용 테이프처럼 접착제가 묻어 있어 벽에 잘 붙이기만 하면 되는 상품들이 대세다.

가전제품은 비싼 대형 TV 대신 가정용 미니 프로젝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작은 집에 대형 TV를 들여놓기 부담스러운 싱글족이 프로젝터로 관심을 돌린 것. 실제로 2013년 28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프로젝터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3300억원대까지 성장했다.

최근 간편하게 실내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는 셀프 인테리어 제품이 인기다. 사진은 이마트가 출시한 14가지 문양의 조각벽지를 벽에 붙이는 모습. (사진=이마트 제공)
셀프 인테리어 인기는 방송가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 케이블채널 tvN과 종합편성채널 JTBC는 ‘내 방의 품격’, ‘헌집줄게 새집다오’ 등 인테리어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였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인테리어, 특히 셀프 인테리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싱글족의 모습은 단순히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이미 자리잡았다”며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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