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은 뉴욕에 오자마자 TV에 나온 육체파 여배우 파멜라 앤더슨을 보고 첫 눈에 반해버린다. 때마침 고국의 부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그는 파멜라 앤더슨을 새 아내로 삼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미국에 온 목적을 까맣게 잊어버린 보랏은 파멜라 앤더슨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에 만사를 작파하고 LA로 떠난다.
캘리포니아로 가는 긴 대륙 횡단의 여정. 보랏은 이 과정에서 많은 미국인을 만나고 끔찍에 가까운 기행을 계속 선보인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여동생이 카자흐스탄에서 네 번째로 유명한 창녀라고 소개한다. 전직 국회의원과의 인터뷰 자리에서는 부인의 젖으로 만들었다는 치즈를 시식하라고 내놓는다. 여성의 뇌가 남성보다 작다고 말하기도 하고, 자동차 운전을 배우던 도중 여성 운전자를 발견하자 "저런 여자들을 덮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정도는 약과다. 유태인에 대한 묘사는 과연 이게 풍자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비행기 대신 자동차로 LA에 가기로 한 보랏은 "유태인들이 또다시 9.11 테러를 저지를까봐 두려워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말한다. 유태인 가정에서 민박을 하게 되자 주인이 자신을 독살할 지 모른다고 벌벌 떤다. TV 쇼에 출연해서는 유태인들을 우물 안으로 던지라는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른다.
이 영화의 감독은 1990년대 NBC 방송의 최고 인기 시트콤이었던 `사인펠드`를 만들었던 래리 찰스, 보랏 역할을 한 배우는 영국의 인기 코미디언 새처 배런 코헨이다. 코헨은 이 영화의 각본 작업에도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코헨은 카리브해 출신 흑인 래퍼인 `알리 G`란 이름으로 분장, 영국의 정치인이나 저명인사와 황당한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가 실제 세계의 다양한 인물들과 강도높은 풍자 인터뷰를 잇따라 진행한다는 설정은 TV나 영화나 같은 셈이다.
남부 지방의 로데오 경기장에 들른 보랏은 관객 앞에서 "미국이 일으킨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한다. 부시가 이라크의 모든 남성과 여성의 피를 들이켜 마시길 바란다"고 조롱한다. 교회 비판 장면 등에서 보이는 미국 문화에 대한 통찰도 매우 날카롭다.
하지만 미국의 야만성과 편견을 비판하기 위해 꼭 허구의 나라가 아닌 카자흐스탄이라는 설정을 차용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영화 속에서 보랏이 묘사하는 카자흐스탄은 강간과 근친상간이 넘쳐나고 말 오줌을 마시는 변태적 국가다. 아무리 이 영화의 목적이 미국에 대한 비판이었다 해도 카자흐스탄 출신 보랏의 엽기적 행동은 영화의 주제 자체를 압도한다. 카자흐스탄에 대한 국가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힌 것은 물론이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일반 미국인들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다른 나라에 관심이 없다. 미국 내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살고 정치 의식 또한 높다는 뉴욕도 다를 것이 없다. 삼성 LG 제품이 좋다고 칭찬하면서도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기자에게 "남쪽에서 왔냐 북쪽에서 왔냐, 대통령이 김정일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태반인 곳이 미국이다.
이런 미국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과연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주제를 이해하고 미국 문화가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찼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카자흐스탄이 어디에 위치한 나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이 이 영화를 본 후 카자흐스탄하면 근친상간과 말 오줌 같은 엽기적인 이미지만 떠올리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관은 관객들이 쏟아낸 숨쉬지 못할 정도의 폭소로 울렁거렸다. 그러나 낄낄대는 미국인들은 사이에서 기자는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에 도저히 그 웃음의 행렬에 동참할 수가 없었다. 만약 한국을 소재로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하니 더 웃을 수 없었다.
미국에 대한 신랄한 자아비판이라는 의도 자체는 좋다. 그러나 자아비판이 다른 나라의 이미지와 자긍심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라면 그 의도는 빛이 바랠 수 밖에 없다.
결국 미국을 비판한다 해도 미국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는 제 3세계에 대한 편견과 아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결론만이 남는다. 문화상대주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보랏`은 블랙 코미디라는 이름 하에 또다른 문화제국주의를 선전하는 영화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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