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대법 "위법수집증거로 얻은 자백도 증거능력 없다"

성주원 기자I 2025.01.26 09:00:01

분실 휴대폰서 마약거래 포착…영장 없이 수사
대법 "위법한 증거로 얻은 자백, 증거능력 없어"
1심 무죄 → 2심 유죄 → 대법원, 원심 파기환송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유실물로 발견된 휴대전화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와 이를 토대로 이뤄진 피고인의 법정 자백에 대해 대법원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와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이 사건은 2023년 8월 택시에서 분실된 휴대전화가 발단이 됐다. 택시기사가 대전의 한 파출소에 휴대전화를 습득물로 제출했고, 파출소 경사가 휴대전화 소유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마약 구매 정황을 발견했다. 휴대전화는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인계됐고 이후 경찰관이 휴대전화 내부의 카카오톡 대화내역과 텔레그램 대화내역을 확인해 A씨와 B씨가 합성대마를 거래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같은 증거 수집 과정에서 압수수색영장은 발부된 바 없고, 피의자의 참여권도 보장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수집된 증거”라며 휴대전화와 전자정보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카카오톡 대화내역 등은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지만, 피고인과 공범의 법정진술은 위법수집증거와의 인과관계가 희석됐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공범이 수사기관에서 카카오톡 대화내역을 제시받고 신문을 받았다면, 법정진술도 이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절차 위반행위와의 인과관계 희석이나 단절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하고,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절차에서 적법절차 원칙 준수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백했더라도 그것이 위법수집증거에 기초한 것이라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수사과정에서 영장주의와 피의자 참여권 보장 등 절차적 정당성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