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R(경기 침체)의 공포’가 한달 만에 다시 글로벌 증시를 덮쳤다. 4일 한국 주식시장에선 코스피와 코스닥이 3%대의 폭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 지수(-4.24%)와 대만 자취안 지수(-4.52%)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날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47.2를 기록하면서 잠재해 있던 경기 침체 우려에 불을 붙였다.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폭락했고 그 후폭풍이 아시아 증시를 휩쓸었다.
이는 한 달 전의 ‘블랙 먼데이’(지난 8월 5일 월요일에 있었던 주가 대폭락)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국내 증시는 장중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모두 8% 이상 급락해 4년 5개월 만에 ‘서킷 브레이커’(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되기도 했다. 그때도 시발점은 미국이었다. 미국의 고용과 제조업 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경기 침체에 대한 시장의 공포감이 커지며 미국 증시를 폭락 장세로 몰아넣었다. 그 여파로 아시아 증시는 더 큰 폭으로 추락했다.
번개가 잦으면 천둥이 치는 법이다. 글로벌 증시의 잇단 폭락은 시장 저변에 경기 침체 우려가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고금리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은 투자 의욕을 잃어가고 있고 가계는 실질 소득 감소로 소비 여력이 고갈되고 있다. 통화 당국이 그동안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고금리를 유지해온 것은 물가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로 떨어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일 금리 인하와 관련해 “물가안정 측면에서는 충분히 고려할 시기가 됐다”면서도 “금융 안정 등을 봐서 어떻게 움직일지 적절한 타이밍을 생각해 볼 때”라고 말했다. 금리를 내릴 때가 됐지만 그럴 경우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상승이 우려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통화정책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가계부채와 집값 문제는 미시적 대책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다.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고금리를 지속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한은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