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독립성 시험대 동시에 오른 한은·연준

장영은 기자I 2024.07.19 05:01:00

긴축기조에서 ''피벗'' 준비하는 한은과 연준
독립적 통화 정책 강조하지만 정치적 외압 거세
韓 여당 금리인하 압박 vs 美 트럼프 "금리 내리지마"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공교롭게도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이 비슷한 난관에 부딪혔다. 통화정책 기조 전환의 적당한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도, 그 과정에서 정치적인 외압이 거세다는 것도 닮았다.

이창용(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 이데일리DB, AFP)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에 금리 동결을 결정하긴 했지만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도 너무 늦지 않게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와중에 한미 양국 모두 중앙은행의 결정에 정치권이 ‘대놓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딱히 감출 생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먼저 국내에서는 정부·여당이 연일 금리 인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국민의힘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는 지난 15일 회의에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달 초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금리는 내려갈 방향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나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 대표가 되면 금리 인하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연준도 금리인하를 시도하고 싶은 것은 잘 안다”면서 “어쩌면 그들이 선거 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가 금리인하를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명시한 것이다.

통화정책은 절대 간단치 않은 고차방정식이다. 기준금리는 물가는 물론 소비, 고용, 부동산 가격 등 여러 실물경제 지표들과 연결되며 상호작용한다. 기준금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객관적인 경제 상황 진단과 충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하고 신중하게 다뤄야 할 도구인 것은 분명하다. 정치·경제적으로 선진화된 국가일수록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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