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법안은 프랑스텔레콤 CEO 출신인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이 앞장서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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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디지털 싱글 마켓(Digital Singl Market·DSM)은 EU가 디지털 시장에서 독자적인 규칙과 주권을 확보해 유럽에서 글로벌 디지털 기술 플레이어를 육성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티에리 브르통(Thierry Breton)EU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은 DSA, DMA, AI Act, Data Act, DNA 등의 법률을 주도하고 있다.
자국 플랫폼 기업이 없는 유럽으로선 DSA(Digital Service Act), DMA(Digital Market Act), AI Act, Data Act를 통해 구글, 메타, 애플,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에 대한 공정성 규제와 이용자 보호 규제에 나서고 있다.
2022년 10월 도입한 DSA(Digital Service Act)는 일정규모 이상의 플랫폼 기업에게 맞춤형 온라인 광고규제, 허위 정보 검열 의무 등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2022년 11월 도입한 DMA(Digital Market Act)는 일정규모 이상의 플랫폼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이들에게 비즈니스 이용자에 대한 차별 금지, 정보접근 보장 등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2023년 말 확정 예정인 AI Act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규제로 고위험 AI 시스템의 기술 문서 작성, 로그기록의 보관 의무 등을 담고 있으며, 입법 완성 단계인 Data Act는 제3자에게 데이터 제공 의무, 데이터 처리 사업자의 변경(switching) 지원 의무를 담고 있다.
대규모 네트워크 투자 위한 통신 정책 변화
여기에 브르통은 내년부터 우리나라의 전기통신사업법 격인 ‘DNA(Digital Network Act)’를 본격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그간 소위 통신사와 빅테크들간 ‘공정한 (망투자비용)분담’이라 불리는 아이디어를 내세웠지만, 여러 EU 국가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특히 빅테크들은 이 계획이 새로운 인터넷 세금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브르통 집행위원은 이 문제가 완전히 보류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얼마전 스페인 레온에서 열린 비공식 통신장관 회의이후 기자들에게 “2024년 백서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며, 향후 DNA란 법안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디지털 싱글 마켓을 완성하려면 통신(네트워크)인프라의 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브르통은 통신업계가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정의 모델로의 기술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새로운 통신규제의 DNA’로 정의하면서, EU는 2030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해 왔다.
그러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4대 과제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①EU 전체 통신 시장에서 진정한 범유럽 인프라 사업자(통신사)의 탄생을 촉진할 것 ②광케이블망 구축 비용과 속도 개선 필요 ③민간 자본 유치를 위한 대규모 투자 모델과 대형 통신사와 빅테크 간 공정한 기여 ④보안과 연결성에서의 EU 차원의 완전한 통제권 보유다.
브르통은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갖춘 건강한 통신 사업자가 없다면 안전한 연결(secured connectivity)도 불가능하다. 통신사업자 인수합병 규제 완화를 지지한다”며 신속하게 신기술을 구축하기 위해 비용과 관료주의를 줄이기 위한 규제 프레임 조정을 제안했다. 또 “네트워크 투자에 민간자본을 더 유치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모델을 찾고, 대형 통신사와 빅테크 간의 공정한 기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EU의 3대 정책 주체인 EC(유럽 집행위원회)는 2022년 말 통신 인프라 투자의 비용분담 방안 관련 인프라를 통해 얻고 있는 편익에 비례해 모든 플레이어가 공정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비용회수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일정 기준 이상의 콘텐츠사업자(이용자 1억명 이상, 연간 100억 유로 매출, 총 네트워크 용량의 5% 이상 트래픽을 점유하는 사업자)에게 통신사업자와의 망 대가 협상 의무를 부과하고, 당사자간 자율협상을 보장하되,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정부가 중재할 수 있는 절차 도입을 건의하는 내용이다.
유럽은 왜? 그리고 우리는?
유럽이 디지털 싱글 마켓을 언급하면서 통신망 이용료 정책을 담은 ‘DNA’까지 추진하려는 것은 AI 시대가 와도 미국 빅테크 주도의 디지털 경제가 굳건할 것이라는 예상때문이다.
자국 플랫폼 기업이 없는 유럽으로선, DSA(Digital Service Act), DMA(Digital Market Act) 같은 강력한 플랫폼 규제법을 도입하기에 걱정 없는 환경이다.
여기에 유럽은 통신 인프라 경쟁력에서도 북미나 아시아태평양 지역보다 크게 뒤쳐져 있다.
우리나라가 2018년 4월 5G를 상용화한 것과 달리, 상당수 유럽 국가에선 2020년 2분기 이후에야 본격적인 5G 상용화가 이뤄졌다. 한국과 비교하면 도입이 1년 이상 늦은 셈이다.
광케이블망 구축 역시 미진하다. OECD 브로드밴드포털이 공개한 ‘최신 유무선 광대역통계 업데이트’(2022년 12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선인터넷 회선수 대비 광케이블 회선 수 비중(광인터넷 보급률)은 88.04%로 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지만, 스페인(83.09%), 아이슬란드(82.01%), 스웨덴(81.22%)으로 뒤진다.
EU가 인수합병(M&A) 규제를 풀어 거대 통신사업자 출현을 앞당기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50만 가입자 이상을 가진 이동통신사는 미국 7개, 일본 4개, 중국 3개이나, 유럽은 38개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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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 통신정책은 과거 네트워크 투자를 우선시하는 정책에서 요금인하 우선 정책으로 바뀌었고, 현재 존재하는 3개 통신사외에 제4이동통신(28㎓ 사용 신규사업자)까지 추진하고 있다.
유럽이 다시 설비 기반 경쟁으로 돌아가려는 것과 반대 흐름에 가깝다. 다만,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달리, 통신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구글 등을 규제할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을 정도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계 역시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축소를 우려하며, 디지털 전환 시대의 신경망이 될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중장기적인 통신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유럽 통신사들은 브르통 집행위원의 정책에 환영 입장을 밝히는 반면, 국내 통신사들은 정부 정책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와 세계이동통신협회(GSMA)는 브르통 집행위원의 DNA 추진을 환영하고, 신속한 조치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