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작
사람 개입해 꽃처럼 보일 수 있게 한
꽃이라 믿게 만든 '꽃의 정체성' 고민
딸기꼭지 등 '음식물 쓰레기'로 피워
"최고 역설"로 완성한 꽃무더기 그림
| 송하나 ‘꽃’(사진=갤러리도올) |
|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그저 ‘꽃 무더기’다. 익숙지 않아 낯설 뿐이고, 이름을 몰라 당황스러울 뿐이고. 그런데 깊이 들어갈수록 의심이 깊어지는 거다. 과연 우리가 아는 그 ‘이름 모를 꽃’이 맞긴 한 건가.
작가 송하나(48)는 꽃을 그린다. 좀더 정확하게는 ‘꽃의 정체성’을 그린다. 풀어보면 이런 거다. 꽃이 아니어도 ‘나는 꽃이다’라고 믿게 만드는, 꽃처럼 보이지만 정작 꽃은 아닌. 가령 꽃잎은 떼어내고 그 자리에 딸기꼭지를 앉힌다든가, 상한 양배추나 마늘, 양파껍질을 꽂아둔다든가. 흔히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진 어떤 허상을 화려한 꽃자리에 들이는 일이다.
작가의 특이한 꽃 작업은 시작부터 비딱했단다. “인간이 개입해 무엇이든 꽃처럼 보일 수 있게 돼버린, 꽃의 상징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하는 것”으로. 그래서 일부러 “가장 아름답지 않고 하찮은 재료를 찾아다녔다”는 건데.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음식물 쓰레기조차 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면 오랜 시간 고민해온 최고의 역설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거고.
쓰레기와 결탁해 빚은 연작 중 한 점인 ‘꽃’(2021)도 그렇게 탄생했다. 유머랄지 위트랄지, 반전이랄지 파격이랄지, 어쨌든 실로 감탄스러운 속임수라고 할까.
4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올서 여는 개인전 ‘정체’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40×40㎝. 작가 소장. 갤러리도올 제공.
| 송하나 ‘꽃’(2021), 종이에 수채, 60×50㎝(사진=갤러리도올) |
|
| 송하나 ‘꽃’(2021), 종이에 수채, 70×90㎝(사진=갤러리도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