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류커바 디나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사할린 강제이주 동포 3세이자 30대 워킹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태생…2012년 한국에 터잡아
매년 김장하고 명절 세뱃돈도 받았던 영락없는 한국인
"尹에 진정성 느껴…외면받아온 이들의 목소리 대표할 것"
| 스트류커바 디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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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오석 김보겸 기자] “윤석열 후보는 자세도 고쳐가며 나를 비롯한 다른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청년 전문가들이 제안한 정책이 대다수 공약에 반영되기도 했다.”
정치권에 모처럼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동포 3세이자, 생후 15개월 아이를 키우는 30대 워킹맘이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세간에 화제가 됐다. `꼰대` 이미지로 점철돼왔던 보수 정당에서는 보기 힘든 그림이다. 이름만 들으면 외국인인 스트류커바 디나(사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15일 서울 압구정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그에게 언론 인터뷰는 다소 생소해 보였다. 러시아에서의 생활을 회상하던 스트류커바 위원장은 점차 긴장을 풀고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한국에 오기 전에도 매년 김장을 하고 명절엔 세뱃돈도 받았다던 그는, 러시아인 아버지의 외모를 물려받았지만 내면은 영락없는 한국인이었다.
그의 외조부모는 일제강점기 당시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한 노동자 부부였다. 2007년이 돼서야 적십자의 `사할린 동포 영주 귀국사업`을 통해 그의 외조부모가 고향에 돌아왔다. 스트류커바 위원장은 그로부터 5년 후 한국에 들어와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한국정치·경제학 석사 과정을 밟았고, 최근에는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직장도 다녔지만, 지금은 외국인 남편과 함께 어엿한 무역 컨설팅 업체의 대표로 있다.
| 스트류커바 디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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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학원 졸업 후, 다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정말 힘든 취준생 시기를 보냈다”면서 “석사 학위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만큼 경쟁은 무척 심했고 서류 전형에서부터 수차례 떨어지길 반복했다”고 기억했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2030 청년세대와 똑같은 어려움과 좌절을 경험했다.
결국, 적은 월급이지만 한 성형외과에 취업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통·번역과 마케팅 전략 개발을 맡았다. 이후에는 마케팅 관련 스타트업으로 옮겨 외국 회사의 한국 시장 진입을 도왔고, 조금 더 큰 규모의 무역 회사로 이직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아이를 임신하고 일을 그만뒀다. 해외 출장과 야근이 많은 무역 회사 특성상 도저히 일을 계속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욱 좋은 일자리들을 찾으며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한국 생활 10년차인 그가 초창기에는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데 문제는 없었을까. 스트류커바 위원장은 “(내가 태어난) 블라디보스토크는 한국과 가까워서 어렸을 때부터 동네 가게에 초코파이, 김치 같은 한국 제품들이 있었다”면서 “라면을 좋아했던 외할아버지는 한국을 다녀오는 친구에게 부탁해 라면을 사달라고 했다. 신라면을 많이 먹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매년 겨울에는 외할머니와 엄마를 따라 김장을 했고, 설날만 기다리면서 세뱃돈을 받았던 추억이 있었다고 한다.
| 스트류커바 디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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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고 회사를 운영하는 데 바빴던 그에게 `정치`란 그저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었다. 상상도 못했던 `여의도 입성`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남편의 대학원 동기 소개로, 지난 8월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 경선 캠프의 장예찬 청년특보가 주최한 ‘상상 23’ 청년 싱크탱크 세미나에 참석하면서다. 사실 아이를 돌보느라 직접 현장엔 못 가고 화상회의를 통해 참여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윤 후보가 자신의 열정적인 모습을 인상 깊게 봤다고 한다. 스트류커바 위원장은 “(윤 후보가) 내게 워킹맘이자 한 명의 청년, 사할린 한인 3세로서 경험해왔던 일과 어려움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공유해 달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물론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이제 민간인이 아닌 공인의 신분이 됐다. 온라인 뉴스 댓글을 꼼꼼히 챙겨본다는 그는 “아직 날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매우 안타깝고 슬픈 일”이라며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전라도 출신 외할머니의 손에 `한국인`으로 자랐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한국인으로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0대 여성이면서 워킹맘이자 이주 동포인 그녀가 대변해야 할 목소리가 많다는 점에서도 어깨가 무겁다. 특히 워킹맘인 그에게 육아·보육 문제는 민감하다. 그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중소·중견기업 대상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및 운영 지원 △육아 수당 확대 △워킹맘·대디들을 위한 직장 내 문화 조성 △자영업자 부모들을 위한 긴급 돌봄 서비스 확대 등을 당의 주요 정책 방향으로 꼽았다. 스트류커바 위원장은 “워킹맘, 워킹대디 모두 육아와 자기 자신의 꿈 중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 스트류커바 디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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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청년·여성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구호가 경쟁적으로 튀어나오곤 했다. 그러나 선거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들은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스트류커바 위원장은 윤 후보가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을까.
그는 윤 후보에게서 말로 형용하지 못하는 진심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내가 겪은 윤 후보는 가끔 친절한 동네 아저씨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하게 해줬다”며 “거짓이라면 느끼지 못하는 진정성이 있었다. `립 서비스`에 능한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고 확언했다. 실제로 윤 후보는 선대위 안에 청년보좌역을 설치함은 물론, 당선 후에도 모든 부처에 청년보좌역을 배치해 청년을 `국정 파트너`로 삼겠다고 했는데 이는 지난 8월 상상23 세미나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매주 월요일마다 국회를 찾아 선대위 회의에 참석한다는 그는, 기라성 같은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솔직한 의견을 내고 있다. 그는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외면받아온 이들의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쉽지 않은 일이고, 큰 책임이 따르는 일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스트류커바 디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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