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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을 바라보는 국민권익위원회 직원들의 심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지난 11월 25일 서울정부종합청사에서 만난 전 위원장 역시 “청탁금지법에 대한 오해에 기반해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주무부처의 수장으로서 송구스럽다”라고 말했다.
세간에는 ‘김영란법’으로 잘 알려진 청탁금지법이 시행한 지 어느덧 5년이 지나 우리 사회 전반을 바꿔놓은 법이 됐다. 이에 따라 공직사회에 만연했던 부정청탁 등이 상당히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같은 기준이 마치 비(非)공직자나 직무관련성이 없는 공직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처럼 인식되면서 부작용도 낳았다는 것이다.
전 위원장은 “청탁금지법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공직자는 청탁과 금품을 원천적으로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청렴사회 구축을 위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허용해서는 안 되는 부패를 제한적으로 풀어준 것인 만큼, 농수산업계의 어려움이나 물가상승 등으로 선물가액을 올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음식물은 3만원, 선물·경조사비는 5만원 (다만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은 10만원)이라는 기준도 2003년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따온 숫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에서 선물가액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나온 것에 대해 전 위원장은 “청탁금지법이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공직자 전체에 적용되는 법처럼 여겨지면서, 청탁금지법상 선물가액을 상향조정하면 사회 전체의 선물가액이 올라가는 듯한 인식을 낳았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전 위원장은 제도 개선 주무부처로서 제도 개선 권고와 실제 제도 개선이 이뤄지는 공백기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대표적인 것이 권익위가 이주자택지 공급가를 ‘조성원가’로 할 것을 권고했지만 경기 성남 대장동 시행사인 ‘성남의뜰’이 ‘감정원가’로 분양하며 폭리를 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권익위의 권고는 2018년 8월에 나왔지만, 행정절차 등에 시간이 걸리며 2020년 2월이 돼서야 지침변경이 완료된 까닭이다. 현장실습 중 요트 아래 붙은 따개비 제거를 하다가 숨진 특성화고 홍정운 군의 사고 역시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권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났다.
전 위원장은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면 화천대유 사태나 홍군 사망사고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우리나라 입법체계상 제도 소급이 어려우나 시급성이 필요한 부분은 사전에 적용하도록 하고, 일차적으로는 주무부처, 이차적으로는 권익위가 더 열심히 뛰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