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A지점에 있는 세포와 B 지점에 있는 세포 간에 특수한 양방향 경로가 존재해 신호를 다른 지점의 세포 불응기 직후에 도달하도록 한다면, A지점에서 전달된 신호가 B지점의 세포를 자극해 수축 시키고, B 지점 세포의 자극에 의해서 생성된 전기 신호는 다시 돌아와 A지점 세포를 자극하는 무한 반복 루프가 생성될 수 있다. 이런 무한 반복 루프에 의해 발생하는 것을 ‘회귀성 부정맥’이라고 하고, 단일 회귀성 루프에 의해서 발생하는 부정맥 중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것이 ‘발작성 심실상성 빈맥’이다.
심장 세포는 1초이내의 짧은 시간 간격으로 수축과 이완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불응기를 만든다. 그래서, 이런 특별한 루프가 존재한다고 해도 두 지점의 불응기를 교묘하게 피해서 무한 반복 루프가 돌아가기는 어렵다. 마치 경운기 모터에 시동을 걸 듯이, 여러가지 가지 조건이 맞아야 루프 내에 신호가 돌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루프가 돌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한다. 그 시작에 불과 몇 초 걸리지 않기 때문에 환자는 ‘갑작스런’ 빈맥, 두근거림을 경험 하게 된다. 그래서, 이 부정맥에 ‘발작성’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빈맥이 시작되면 평소 분당 60번에서 80번사이이던 맥박수가 180번에서 240번사이로 단번에 상승한다. 격렬한 운동을 했을 때 최대 맥박수가 분당 180회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환자들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런 갑작스런 빈맥이 자주 발생하거나, 긴 시간 지속되는 경우 진료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발생 원인이 복잡하고, 증상이 심하다고 해서 치료가 더 힘든 것은 아니다. 심장 세포의 불응기를 늘려주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루프를 물리적으로 절단해줌으로써 치료 할 수 있다. 약물 치료는 편하긴 하지만, 매일 약을 복용 해야 하고 원인이 되는 루프가 남아있다는 단점이 있다.
루프를 물리적으로 절단하는 것을 ‘고주파전극도자술’이라고 부르는데, 혈관을 통해서 삽입한 도관을 통해 고주파로 열을 가해 루프를 손상시킴으로써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이다.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이기 때문에 치료 후 복약이 필요 없고, 재발 확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극도자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경험있는 의료진이 필요하다는 점이 제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