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굴기]IBM PC 인수때 비아냥 듣던 中, 내년 메모리 양산 총력..韓 초격차 위협

이재운 기자I 2018.02.19 06:00:00

전자 업계 곳곳 입지·경쟁력 확보한 중국
'중국제조2025' 목표 달성에 메모리 필수
지방정부 대대적 지원..지속 여부가 관건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 사업장 입구 간판. SMIC 제공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중국은 200조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우리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으려 한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6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조찬 간담회에서 중국 정부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한 집념을 이렇게 전했다.

메모리 시장은 2009년 독일 키몬다 파산 이후 약 10년간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양대 업체의 ‘투 톱(Two-top)’ 체제가 이어져왔다. 반면 세계 3위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 두 분야 모두 상대적으로 낮은 점유율과 기술력으로 끊임없이 피인수설에 시달렸고, 4위 도시바는 모기업의 재정난에 따라 SK하이닉스 주도 컨소시엄에 매각되는 등 ‘한국 천하’가 됐다. 하지만 최근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손길’이 광범위하게 뻗어나가며 메모리 시장의 새로운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중국 반도체 회사들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어 경쟁사들을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 내건 중국제조2025

중국은 세계 제조업의 최대 생산기지다. 1990년대 개방 이후 전 세계 기업들이 몰려들어 생산거점을 만들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는 외부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자체 제조업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선회하며 서구와 한국·일본 기업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2005년 레노버의 IBM PC사업부 인수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PC 분야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IBM PC’가 중국 업체에 넘어가자 업계에서는 “결국 돈만 버리게 될 것”이라며 평가절하했지만, 이후 레노버는 세계 1, 2위를 다투는 PC 업체의 위상을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이어 화웨이와 샤오미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하고, 하이얼이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부문을 인수하는 등 중국 전자 업체들의 부상은 계속 이어졌다.

뒤를 이어 중국이 시선이 향한 곳이 바로 반도체 산업이다. 현재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대에 머물고 있는데, 이를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중국 제조 2025(Make in China 2025)’ 정책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서는 SMIC와 화홍그레이스 등이 시장점유율에서 이미 세계 10위 안에 진입했다. 특히 SMIC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5.4%를 기록하며 4위인 삼성전자(7.7%)를 바짝 뒤쫓고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AP)와 통신칩 분야에서는 스프레드트럼이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전력관리(PMIC)나 아날로그 반도체 등을, 프로세서 분야에서는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역량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반도체 업계 1위인 삼성전자나 인텔, 퀄컴 등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야를 중심으로 외형을 키워왔고, 이제는 기존 강자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중국의 웨이퍼(반도체를 만드는 얇은 판) 생산량이 1767억위안(약 30조5143억원)으로 전년 대비 27.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브랜드’ 메모리, 이르면 올해 말 등장

이런 중국이 이제는 메모리 시장에 뛰어드는 등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자급률 70% 목표를 위해 반드시 정복해야 하는 핵심 영역이다.메모리 제조를 준비하는 중국 업체는 △낸드플래시 양산을 준비하는 청화유니그룹 계열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컴퍼니(YMTC) △D램 양산을 준비 중인 푸젠진화집적회로공사와 허페이창신 등이 있다. 특히 YMTC를 소유한 칭화유니그룹이 대표적인 막후 실력자로 꼽힌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2003년 베이징 소재 이공계 명문대인 칭화대 내 창업기업들을 하나로 묶어 분리하며 출범한 이래, 정부의 막대한 지원 아래 성장해왔다. 지난해에는 인텔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며 협력 관계를 강화했고, 2015년에는 D램 3위, 낸드 4위의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추진해 또 화제가 됐었다. 마이크론 인수가 무산되면서 칭화유니그룹은 자체 생산으로 방향을 돌렸고, 올해 말 양산을 목표로 현재 장비 구매를 진행 중이다. 청화유니그룹은 향후 반도체 장비와 공장 건설 등에 1,000억 달러(108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톱 메이커로 도약한다는 계획도 이미 세워놓고 있다. 여기에다 청화유니그룹은 충칭시, 시노IC캐피탈과 손잡고 이 손잡고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분야 투자회사를 세우겠다고 14일 발표했다. 시노IC캐피탈은 사실상 국가 주도 투자회사로 중국 중앙정부가 반도체 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업체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는 샘플 생산을 통해 고객사 대상 마케팅을 진행하고, 내년부터 본격 양산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지방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의미하는 ‘빅 펀드(Big Fund)’ 지원을 받아 ‘2단계’를 맞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처음 기술 기반을 닦은 것이 1단계였다면, 이제는 양산에 착수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 단행 과정에서 탄탄한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는 새로운 국면이라는 분석이다. 트렌드포스는 보고서에서 “초기 투자 단계에서는 낮은 생산성에 대한 잠재적 위험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이런 공장(Fab) 투자는 지방정부의 재무적 지원이 계속 유지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중국 웨이퍼 제조 산업 성장 현황.
왼쪽&파란 막대 그래프는 매출액, 단위 1억위안
오른쪽&빨간 꺾은선 그래프는 성장율, 단위 %
자료: 트렌드포스
삼성전자 D램 최신제품 10나노급 8Gb DDR4. 1y나노 공정으로 생산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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