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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리사들 속은 썩어가고 있었다. 평균 100~150달러를 들고 입국한 이들은 첫 월급이 제때 나오지 않으며 마음을 졸여야 했고 어떤 이는 생활비가 부족해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9월 초 밀린 임금(교육수당)이 지급됐지만 두 번째 월급날이 돌아오기 전인 지난 15일 관리사 100명 중 2명은 숙소에서 짐을 빼고 잠적했다. 지금 분위기상으론 한 달 뒤 이들은 불법 체류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제한된 정보 속에 2명이 무단 이탈한 이유는 명확히 알기 어렵다. 당장 돈이 부족해서일 수도, 노동 강도 대비 기대했던 것보다 임금이 낮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입국 전부터 계획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결과는, 숱한 과정을 거쳐 선별된 필리핀 ‘인텔리’(고급인력)가 한국까지 건너와 앞으로 닥칠 불이익을 감수해서라도 불법체류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불만족스러운 임금 수준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나 여타 근로 환경상 문제가 없었는지 정부와 서울시는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기자가 접촉한 한 가사관리사는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느냐(Can you help us?)”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