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한국의 여름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나드는 건 시간 문제라고 전망한다. 지금까지 40도가 넘는 기온은 2018년 8월 단 한 차례 겪은 바 있는데, 이런 뜨거운 더위가 잦아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미 초여름으로 인식되는 6월에도 33도를 넘는 폭염이 수차례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20일까지 폭염일수는 2.4일을 기록했다. 기상 관측 역사상 6월 폭염일수가 2일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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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도 걱정이다. 올 들어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폭염이 발생하면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이 발생해 이런 노력을 수포로 만들 수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연구팀에 따르면 폭염으로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0.4~0.5%포인트 높아지고, 그 영향은 6개월가량 지속된다. 가계에 부담을 주는 푸드플레이션(food+inflation)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의미다.
폭염이 갈수록 심해진다면 미래에는 인류의 생존 자체가 문제 될 수도 있다. 이미 미국,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는 40~50도 이상 고온으로 인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지난해 온열질환자 수는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올해는 폭염 대책 기간인 5월20일 이후 약 한 달간 119구급대가 이송한 온열질환자가 전년 동월 대비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이미 끓어오르기 시작한 지구의 온도를 단기간 내에 낮추기는 어렵다. 하지만,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티핑 포인트’ 시점을 늦출 수는 있다. 국가적으로는 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하고, 기업들은 이 같은 정책에 부응하는 전략을 세우고 탄소 저감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개인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일회용 컵 대신 하루 한 번이라도 텀블러를 사용한다든지, 잦은 육식보다 대체육이나 채소를 종종 소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지금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라는 한 기후학자의 말은 곱씹을수록 섬뜩하다. 서늘한 여름을 조금이라도 더 길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 하나하나의 노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