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법인 상지학원 전 이사장인 C씨가 1994년 상지대 부정입학과 관련된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됨에 따라 상지학원은 교육부에서 임명한 임시이사들에 의해 운영됐다. 이후 종전 이사 체제 이른바 ‘구재단’ 측과 임시이사 체제 ‘신재단’ 측의 갈등이 계속됐다.
그러던 중 C씨가 2014년 8월 상지대 총장으로 선임되자 대학교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는 총장 퇴진 운동을 벌이면서 구재단 측과 갈등을 빚게 됐다. 총학생회는 2014년 9월부터 대학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갈등을 재점화한 총장 C씨와 대화를 꾸준히 요구했으나, 학교 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면담이 실질적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총학생회 대외협력국장이었던 B씨는 2014년 9월 24일 오후 2시경 총장실 입구에서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같은 학교 학생 4명과 함께 교무부와 연결된 출입문 2개를 등 부분으로 밀면서 진입을 시도해 이를 막는 교직원들과 약 20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총학생회장이었던 A씨는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 조직국장 등 약 30명과 2014년 9월 29일 오후 3시 30분경 대학교 본관 2층 교무위원회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회의실 문을 걷어차고 밀기를 반복하면서 잠금장치를 강제로 파손했다.
이후 A씨 등은 위력을 과시하면서 회의실에 무단으로 침입해 회의실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교무위원들에게 큰 소리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이를 제지하는 교무위원들과 약 5분간 몸싸움을 하는 등 실랑이를 벌였다.
이에 A씨와 B씨는 학생들과 공모해 위력으로 학사 행정과 교무위원회 운영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총장이 집무실 안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어 보았다가 내부에 있던 사람이 문을 닫으면서 옷이 문고리에 걸렸을 뿐, 업무방해죄의 위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도 회의실에서 교무위원회 회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업무방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했다.
|
하지만 2심은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학생들을 대표해 총장 선임의 위법·부당함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고 학사일정을 정상화하며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목적이 정당하다고 봤다.
특히 학교 측의 요구에 따라 학생지원처나 총장을 통해 총장 면담 신청 절차도 거쳤으나, 학교 측이 학생들의 요구를 묵살하자 최후의 수단으로 총장과 대면하기 위해 총장실이나 회의실 진입을 시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총장과 면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통상적인 절차를 다 거친 후 부득이하게 총장실 또는 회의실 진입 시도에 나아가게 된 것이라고 판단,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도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정당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총장 면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을 막아서는 사람들과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인 것은 동기와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피고인들의 학습권이 헌법에 보장되는 권리라는 측면에 비추어 법익균형성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나아가 학습권 침해가 예정된 이상 긴급성이 인정되고, 피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법률적 수단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다른 구제절차를 모두 취해본 후에야 면담 추진 등이 가능하다고 할 것은 아니므로 보충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