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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의 생활주식]디카프리오가 홍보한 신발회사 ‘스티브 매든’

윤정훈 기자I 2022.03.12 09:00:00

디카프리오에 속아서 IPO했던 ‘스티브 매든’ 실존 회사
‘빅 헤드’ 광고 재해석해 ‘매든버스’ 캠페인으로 부활
작년 매출액 18억 5390만 달러…전년比 55.9% 증가
핸드백, 의류로 사업 확장해 성장동력 확보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조단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는 증권사의 브로커로 등장한다. 극 중 디카프리오는 차명계좌를 통해 대량의 주식을 확보한 이후 IPO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큰 돈을 번다.

디카프리오의 사기에 말려서 IPO를 한 회사가 바로 신발을 만드는 회사 ‘스티브 매든(Steve madden)’이다. 놀랍게도 이 회사는 실존하며, 여전히 증시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스티브 매든은 회사의 창업자이자 디자이너인 스티브 매든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회사다. 영화 속에서 이 회사는 재무상태나 잠재력을 본게 아니라 우연히 발탁(?)돼 상장한다. 사기가 드러났으면 당연히 회사의 주식은 휴지가 됐어야 했다. 하지만 스티브 매든은 신발을 만드는 감각이 좋은 사람이었다. 이에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편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여성신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장수 브랜드가 되고 있다. 실적까지 뒷받침되면서 1993년 상장 당시 1달러 내외로 거래되던 주가가 현재는 3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에서 1990년대말과 2000년대 초반을 보냈던 사람이라면 스티브 매든의 ‘빅 헤드(Big head)’ 광고를 기억할 것이다. 독특하고 개성이 넘치는 빅 헤드 디자인은 당시 신드롬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싸이월드가 한참 유행하던 시기다.

스티브 매든이 작년 하반기 ‘매든버스’라는 이름으로 부활시킨 ‘빅 헤드’ 캠페인(사진=스티브 매든)
작년 스티브 매든은 이 광고를 다시 리뉴얼해 ‘매든버스’라는 형태의 캠페인으로 부활시켰다. 캐나다 배우 조던 알렉산더(1993년생), 미국 배우 시드니 스위니(1997년생), 미국 싱어송라이터 네사 바렛(2002년생), 미국 가수 저스틴 스카이(1995년생) 등 Z세대 배우가 출연해 스티브 매든을 요즘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캠페인은 2000년대 감성을 기억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물론 이를 처음본 Z세대까지 아이코닉함에 반할만큼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덕분에 스티브 매든의 실적은 작년 다시 한 번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작년 매출액은 18억 5390만달러로 전년 대비 55.9%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억 4300만달러로 코로나19 적자를 기록했다가 1년만에 흑자전환했다.

스티브 매든은 신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의류와 핸드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핸드백 사업의 작년 매출액은 2019년에 비해 18% 증가했다. 의류사업은 올해 전년 대비 50% 성장이 기대된다.

스티브 매든은 미국에 214곳의 매장이 있으며, 66개 아웃렛과 6개 이커머스에 입점해있고, 글로벌 17개 지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롯데백화점(건대스타시티점), 메세나폴리스점, 롯데백화점수원점 등 3개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조단 벨포트(우측)가 스티브 매든을 소개하고 있다.
“스티브 매든”을 외치는 영화 속 디카프리오의 모습은 광기에 차있다. 사기로 이용당했던 회사가 30여년의 시간을 버티고 여전히 생존한다는 점에서 새삼 놀랍다. 최근 혼돈의 주식시장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개인 투자자들이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보고 이 글을 보면서 잠시나마 웃을일이 있길 바란다.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스티브 매든이 이렇게 성공할 줄 누가 알았겠나. 지금 어려운 시장 상황도 지나고 나서 보면 기회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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