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은 기존에 지원하던 온라인 학습 콘텐츠를 넘어 정규 수업에 준하는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학원·과외 등 사교육에 눈을 돌리는 학생·학부모가 늘고 있다. 자칫 길어진 학습 공백 기간 동안 학부모의 경제력에 학습 수준이 달라지는 등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촉박한 중간고사 준비·재수생과 경쟁 등 이유로 사교육行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세 차례 개학 연기로 학기 초부터 무려 5주간 학습 공백이 생기자 학생·학부모들은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과외 등 사교육을 찾고 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마냥 학업에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데다 이 기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자칫 입시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특히 고3들은 이번 1학기 내신 성적이 수시 전형에서 반영될 마지막 성적인 만큼, 개학연기로 촉박해질 수 있는 중간고사 일정을 고려해 학원 등에서 미리 내신 준비에 들어가고 있다.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이 기간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만 몰두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사교육에 뛰어들고 있다. 재수생들이 이미 학원 재수종합반 개강 후 학습을 시작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번 3차 개학연기부터는 수업 일수가 단축되면서 수업 진도가 빨라져 자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할까 우려하는 학부모도 있다. 경기 성남의 중학교 2학년 학부모 정모(46)씨는 “수학이나 국어 등 주요 과목 위주로 선행학습을 시켜왔는데 다른 과목도 선행 학습을 시켜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을 열고 있는 학원도 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으로 서울 학원과 교습소 휴원율은 25.6%로 2만5231곳 가운데 6452곳만이 휴원했다. 지난 13일 휴원율이 42.1%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줄었다. 경남 지역 한 고3 부장교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70% 이상은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당국, 양질 콘텐츠와 온라인 학습시스템 제공해야”
이렇다 보니 이 기간 동안 학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학생의 학습 성취도 수준의 차이가 벌어지는 등 공정성 문제가 생겨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시 일정이 촉박해지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경제력이 있는 가정에서는 사교육 등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내신이나 수능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가정 경제력 등 부모의 배경에 따라 개학 연기로 인한 휴업 기간 중 가정학습과 학원을 통한 학습 수준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며 “일부 학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공백을 막기 위한 특강을 편성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습 공백 우려에 교육부는 이번 3차 개학 추가 연기로 휴업이 예정된 3월23일 이후부터는 기존 온라인 학습 콘텐츠 제공을 넘어 정규 수업에 준하는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교사가 교과별 핵심개념을 중심으로 수업자료 등을 제공하고 학생 간 소통, 피드백과 수준별 과제제시 등 지도를 통해 학습을 지원하게 된다. 기존에는 온라인 학급방 개설과 디지털교과서·e학습터·EBS와 같은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온라인 학습 콘텐츠나 과제물 등을 학생에 제공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을 통해 실시간 소통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수업 지도가 아닌 만큼 뾰족한 방도는 없다고 호소한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최대한 학습 지원을 하려하지만 엄밀히 개학이 아닌 휴업기간인 만큼 정규 수업처럼 출석을 하거나 평가를 하는 등의 지도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몇몇 학생을 제외하면 현재 제공 중인 온라인 학습 콘텐츠에 관심도 크지 않다”고 토로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학습시스템과 양질의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휴업 장기화에 따른 수업결손 최소화를 위해 학교 현장과 교원들은 학생들의 학습과 생활지도에 누구보다 앞장 설 것”이라면서도 “교육당국은 양질의 콘텐츠가 제공되고 학습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학습시스템을 구축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차원의 온라인교육 환경을 구축하고 양질의 콘텐츠가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