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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년 가까이 진행된 재판 결과를 통해 드러난 경영비리와 국정농단 수사 성과는 크게 엇갈렸다. 하명수사 논란 속에 ‘실패한 수사’가 된 경영비리 사건과 달리 국정농단은 롯데 뇌물 사건의 실체를 대부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검찰은 2016년 6월 롯데그룹 경영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기간만 132일에 달했고 투입된 검사만 서울중앙지검 3개 부서 20여명에 달했다. 롯데 2인자였던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 등의 돌발상황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신 회장 등 총수일가 5명을 포함해 24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적발된 전체 범죄금액이 3755억원에 달한다”며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 회장을 주범으로 결론 냈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에서 경영비리 관련해 신 회장 측에 완패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신 회장 혐의 대부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것.
지난해 12월 1심은 신 회장에 대해 신 명예회장의 장녀 관계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측에 대한 불법 지원 부분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혐의가 인정된 일부 혐의마저 범죄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대신 형법이 적용됐다.
신 회장에 대해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부분은 롯데시네마가 핵심 수익원인 매점을 이들에게 임대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와 서씨 모녀에게 허위 급여를 지원한 혐의다.
2심은 이 중 서씨 모녀 허위 급여 부분에 대해서도 “신 회장이 2011년 세무조사 이전에 알았다고 볼 수 없고 그 이후에도 용인한 건 맞지만 공동범행으로 볼 수는 없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영화관 매점 배임 논란은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조사로 드러났던 사안이었다.
◇경영비리 1심서 檢 핵심 증인 진술 번복도
주된 혐의였던 △피에스넷 관련 471억원 배임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허위급여 혐의는 모두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검찰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경영 실패를 감추기 위한 범죄행위로 본 피에스넷 관련 혐의의 경우 1·2심은 “계열사의 재산상 손해를 단정할 수 없고 경영상 재량 범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1심 과정에선 피에스넷 혐의 관련 검찰 측 핵심 증인인 장모씨가 변호인단의 반박 증거에 진술을 뒤집기까지 했다.
검찰의 경영비리 수사는 당시부터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정권이 눈엣가시로 보는 롯데에 대한 대대적인 표적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이었다. 실제 국정농단 재판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화예술계가 좌편향됐다며 주요 사업자인 CJ와 롯데에 대해 불만을 표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좌파 기업’으로 찍혔던 CJ의 이재현 회장도 박근혜정부 당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국정농단 사태 직전 특별사면됐다.
경영비리 수사와 달리 국정농단 수사에서 검찰은 상당한 성과를 냈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해 2016년 3월 당시 특허를 상실했던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의 특허 재취득을 위해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박 전 대통령 요구에 따라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뇌물공여)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겼다.
신 회장과 롯데는 법정에서 면세점 관련 부정한 청탁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1·2심 모두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인정된다며 신 회장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의 양형 판단의 차이로 형량은 각각 실형과 집행유예로 엇갈렸다.
◇신동빈 강력 부인 불구 法 “면세점 부정청탁 인정” 확인
검찰은 롯데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키를 갖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월드타워면세점 특허를 재취득하기 위해 신 회장부터 주요 임원들까지 나서 전방위적인 대관업무에 나선 정황 보여주는 여러 증거를 확보했다. 특히 롯데 내부문건에선 신 회장이 직접 설득 작업을 벌어야 할 대상으로 정희수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이 적시돼 있었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단독 면담 3일 전 신 회장을 만나 면세점 관련 이야기를 듣고 이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해 면담 일정을 잡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안 전 수석의 증언은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에게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을 요구할 당시 롯데의 면세점 이슈를 파악한 상태였다는 핵심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검찰은 지난 8월 두 사건이 병합돼 진행된 2심 결심공판에서 “재벌을 위한 형사법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징역 14년 벌금 1000억원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당시 신 회장 변호인단은 “뇌물공여와 경영비리 모두 박 전 대통령과 아버지 신 명예회장이라는 절대 권력자의 행동에 신 회장이 소극적으로 휘말린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는 지난 5일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며 신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당시 재판부는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선 신 명예회장에게 주된 책임이 있다며 징역 3년, 벌금 30억원의 실형을 선고했고,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점이라고 판단해 신 회장에 대해 1심의 실형 판결을 파기하고 집행유예로 감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