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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근로시간단축 첫 논의…국책·시중銀 엇갈린 행보

박일경 기자I 2018.05.30 05:00:00

기은·수은, 7월부터 週 52시간제 시행 결정
개정법 ‘공공기관, 올해 7월’로 시한 못박아
공공기관 지정 빠진 産銀, 내년 7월 도입예정
他민간은행도 조기도입 없어…“유예대로 추진”
설득나선 정부…금융위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

전국은행연합회는 지난 28일 ‘금융위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경제·금융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등 은행권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맨아랫줄 왼쪽부터 임용택 전북은행장,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가운데줄 왼쪽부터 송종욱 광주은행장, 황윤철 BNK경남은행장, 김경룡 DGB대구은행장 내정자, 민성기 한국신용정보원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빈대인 BNK부산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문재우 금융연수원장, 정규돈 국제금융센터장. 맨윗줄 왼쪽부터 서현주 제주은행장, 이용우 카카오은행 대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이정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손상호 금융연구원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 (사진=전국은행연합회)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은행권 주(週) 52시간 근로제의 조기 도입을 위한 금융노사 간 첫 논의가 30일 개시된다. 지난달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은행권의 조기 도입을 주문한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을 두고 동종 은행업계 내에서도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준비 상황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전국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은 근로시간 감축은 산별 중앙교섭 합의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즉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주 52시간제 조기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은행연합회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금융노조와 협의한다는 원론적 차원에서 답변했다며 한발 빼는 모습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주요은행 중 주 52시간제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IBK기업은행이다. 다음으로는 NH농협은행 정도가 꼽힌다. 기업은행은 오는 7월 실시를 목표로 ‘강제 PC-오프(OFF)’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연내 시행한다는 큰 틀 아래 세부 검토 중이다.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당초 제시한 일정대로 내년 7월 1일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그 다음 달인 3월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고 근로시간 단축을 준비해왔다. 이처럼 기업은행이 국내은행 중 진도가 앞선 까닭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공공기관에 대해 민간에 모범을 보이자는 취지에서 근로단축제를 ‘2018년 7월 1일’부터 적용하라고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또 다른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도 올 하반기부터 근로시간을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대폭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올해 7월 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이므로 노사가 합의해도 52시간을 넘어 일할 수 없다. 만약 이를 어기면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하지만 민간은행의 경우 아직까지 조기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곳은 없다. 지난주 TFT를 구성하고 민간은행 중 발 빠르게 대응에 착수한 우리은행도 오는 7월 시행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은 52시간 근무 도입 시 △해외전문처리·사후관리 등 영업시간외 업무 발생을 대비한 ‘순환근무 및 이에 관한 인사제도 개편’ △52시간 근무제로 강제종료가 요구되는 PC-OFF 때 문제점 등 ‘PC-OFF 도입관련 시스템 정비’ △휴일근로 영업점, 특수(병원·행정기관 입점) 영업점, 해외지점 직원 등 특수 환경 근로자 근무 실태 정비(병원 및 행정기관 내 영업점은 오후 5~6시경 업무종료)와 같은 세밀한 점검이 필요해 조기 도입을 위한 졸속 추진은 안 된다고 주장한다.

기업·수출입은행과 동일한 국책은행이면서 KDB산업은행이 오는 7월 근로시간 단축을 검토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 초 공공기관 재지정에서 빠진 산업은행은 공공기관이 아니어서 다른 은행들처럼 내년 7월 실시를 예정으로 주 52시간제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유휴인력이 많은 공무원·공기업·공공기관 등 공직사회와 달리 수익성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한 경영효율성을 매우 중시하는 민간기업의 인력 운용에 대한 정책당국의 기본적인 이해가 너무 부족해 보인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28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정부와 은행권의 소통을 강화하고 금융정책 및 현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겠다며 ‘금융위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 위원장과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농협·신한·우리·SC제일·KEB하나·기업·KB국민·씨티·수출입·Sh수협·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케이뱅크·카카오은행,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대표 등 사원기관장 20명이 동석했다. 유관기관장으로는 금융연수원·금융연구원·국제금융센터·신용정보원 원장 등 4명도 함께해 참석자는 총 26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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