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우리의 피벗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극단적으로 첫 금리 인하를 하고 이후에 장기간 동결한다고 하더라도 그 금리 인하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즉,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수가 바닥을 기고 있어 하루하루 버티는 중에 가계,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비록 0.25%p밖에 내리지는 않지만 숨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민생 경제에 필요한 것은 시장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 즉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지난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렸더라면 그러한 심리적 불안감이 일정 부분 해소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둘째, 10월이나 11월 중 피벗이 있더라도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빨리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를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균적인 경제성장률이 낮기 때문에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보다 높은 것이 정상이다. 아니면 최소한 두 나라의 금리는 같아져야 한다. 지금의 미국과 한국의 금리 격차를 생각할 때,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는 미 연준의 속도에 훨씬 못 미쳐야 한다. 내년 연말 기준으로 미 연준의 금리 수준은 가장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3.5% 내외에 그친다. 즉 현재 한국 금리와 같다. 그렇다면 이번에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내년에 인하 폭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또 하나 한은이 적극적인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한은 시각이 여전히 매파적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금통위원들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이 통제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전면에 나서는 소수 금통위원의 경우 10월과 11월에도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는 것을 보면 향후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는 시장의 예상보다 상당히 느릴 가능성을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경기국면 판단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보는 7월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아직도 바닥을 찍지 못하고 추락하고 있다. 다만 아직 통계청이 공식적인 기준순환일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사견으로는 2022년 2월에서 8월 사이 고점을 형성하고 하반기 중 바닥을 찍고 회복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 시점이 도래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만에 하나 지금까지는 좋았던 수출 경기가 갑자기 악화할 경우 내수에만 의존해 경기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그런데 내수라는 성장 엔진이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반드시 충족돼야 하는 것은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금리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미 금리 인하 타이밍이 많이 늦어 내수의 자생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이고 앞으로도 금리 인하 속도가 소가 걷는 것처럼 ‘세월아 네월아’라면 결국 올해 남은 기간 그리고 내년까지 내수가 수출을 대신해 한국 경제를 끌고 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비록 경기 바닥은 찍겠으나 경기가 반등하지 못하고 바닥에서 옆으로 횡보하는 ‘L’자형 장기 불황이 불가피하다. 한국 경제가 비관적인 경로로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한은이 이러한 불확실성을 고려해 내수진작에 도움이 되는 통화정책을 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