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옛날 시조 추모왕이 나라의 기틀을 여시니, 그분은 천제의 아들이오, 어머니는 하백의 딸이라. 17세손인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께서 18세로 왕위에 올라 칭호를 영락태왕이라 하였다. 은택은 하늘에 미치고 위엄은 사해에 떨쳐 나라는 부강하며 백성은 여유롭고 오곡은 풍성하게 여물었다. 하늘도 무심하게 39세로 돌아가시니 갑인년(414년) 9월 29일 을유에 산릉에 모셨다. 이에 비석을 세우고 공적을 새겨 후세에 전하노라.”
중국 지린성 지안시에 있는 ‘광개토대왕릉비’에 적혀 있는 내용의 일부입니다. 광개토대왕릉비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재위 391∼412)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아들 장수왕이 세운 비석이에요. 높이 6.39m, 무게는 38톤에 이르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비석이죠.
고구려 멸망 후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1877년에 그 존재가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발견 당시 표면에 가득 낀 이끼를 제거하기 위해 불을 많이 질러 글자가 상당수 훼손된 상태예요. 총 4개면에 1775자가 새겨져 있는데 그 중 150자 정도는 훼손되어 읽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료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고대 역사를 알아가는 데 있어 매우 귀중한 유물이죠. 한국의 고대사를 담은 유물이지만 중국에 있기에 현재는 중국이 관리를 하고 있어요. 과연 ‘광개토대왕릉비’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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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면과 3면은 광개토대왕이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대외 전쟁을 펼치거나 여러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들이 담겨있죠. 연합군을 물리쳐 신라를 구원한 내용이라던가 북쪽으로의 영토 확장, 몇 개의 마을을 접수하고 영토를 넓혔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마지막 4면은 무덤을 관리하는 규정을 설명하고 있어요. 비석을 세우고 무덤을 관리하는 사람을 두라는 것, 무덤 관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정된 호(戶)를 두어서 관리하도록 하라는 내용을 담았죠.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로비(‘역사의 길’)에는 광개토대왕릉비를 재현한 8m 높이의 발광다이오드(LED) 미디어 타워가 조성돼 있어요. 지난해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을 구매한 것을 계기로 만든 것인데요. 고구려실에서는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도 실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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