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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제과·제빵 “K푸드 깃발 경쟁”…과감한 투자 이어간다

이후섭 기자I 2023.11.09 05:21:00

[해외로 뻗는 K푸드]②신라면·초코파이 해외 매출>국내 매출
“차기 흥행작 만들어라”…공격적 마케팅 활발
해외 고성장→호실적→과감한 투자 ‘선순환’ 이뤄져
중소기업도 해외진출 박차…“경쟁력 충분해 다양한 시장 공략”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내수시장 한계를 벗어나려는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의 꾸준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일부 품목은 이미 해외매출이 국내 매출을 역전했다.

미국, 유럽, 동남아 등에서 이미 자리 잡은 기업들은 중동, 중남미로 거침없이 영토 확장에 나서면서 ‘차기 대표 제품’도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반가운 성과도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국내에서 쌓은 탄탄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 하기 위해서는 공동 물류센터 등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농심 ‘신라면’, 오리온 ‘초코파이’ 이미 해외서 더 많이 팔려

8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004370)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 2019년 29%에서 올해 상반기 38%로 9%포인트 상승했다. 이익이 더 많은 해외 매출이 늘면서 영업이익률도 2019년 3.4%에서 2021년 4.0%를 거쳐 6.9%로 대폭 개선됐다. 대표 제품 ‘신라면’의 해외 매출은 지난 2021년 5000억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매출(4300억원)을 역전했다. 지난해에는 국내외 매출 격차(해외 6200억원, 국내 4400억원)가 더 벌어졌다.

60%가 넘는 해외매출 비중을 유지 중인 오리온(271560)은 지난 2019년 2조원 초반대였던 매출이 지난해 2조87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동안 영업이익도 3200억원대에서 4600억원대로 성장세를 같이 했다. 오리온의 대표 제품 ‘초코파이’는 중국, 인도 등 해외에서 70~80%가량 판매되고 있다.

기존 주력 제품 외에 차기 흥행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 시장에서 젤리 ‘마이구미’를 현지에 맞는 과일맛 제품으로 출시하면서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액 1000억원을 넘겼다. 중국 내 시장점유율도 18%로 2위에 올라섰다. 4분기에는 러시아에도 젤리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현지화한 제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웰푸드(280360)는 인도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초코파이를 이을 제품으로 ‘빼빼로’를 낙점하고 공격적인 해외마케팅을 하고 있다.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에서 디지털 옥외광고를 선보였고 베트남에서 팝업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빼빼로 브랜드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480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40%나 증가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해외 고성장→호실적→과감한 투자’ 선순환 구조 구축

특히 식품업계에서는 해외에서의 고성장을 기반으로 실적 성장을 이어가고, 다시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농심은 매년 두자릿수의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미국 시장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멕시코, 남미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안에 미국 제3공장 건립 계획도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리온과 롯데웰푸드는 인도에서 생산설비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매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파리바게뜨는 중동 시장에도 진출해 내년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뚜레쥬르도 미국에서 연내 9만㎡ 규모 생산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중남미로 눈을 돌린 BBQ는 파나마에 이어 코스타리카에서도 ‘K치킨’의 깃발을 올렸다.

올 들어 주류업체들도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상승 등의 여파로 더 이상 수익성 방어에 한계를 느껴서다. 지난 3분기까지 음료 수출액이 5억29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한국 음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 시기도 적절하다.

롯데칠성(005300)음료는 연매출 1조원 규모의 필리핀펩시(PCPPI)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동남아 진출의 물꼬를 텄고, 국제 식품 박람회에도 처음으로 참가하며 유럽 등 신규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000080)도 베트남에 소주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해외에서 식품 경쟁력을 높이려면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는 게 필수”라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업계도 과감한 투자 등을 통해 계속 좋은 기회를 더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도 해외 문 두드려…“경쟁력 충분해 다양한 시장 공략”

중소 식품기업의 해외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 ‘냉동김밥’ 열풍을 탄 ‘윙잇’은 곤약김밥11톤 규모의 ‘곤약김밥’ 수출에 성공했고, 고기 전문점 ‘이차돌’은 일본에 첫 해외 매장을 오픈했다. 연달아 베트남 하노이에도 진출하며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홍두당은 싱가포르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베이커리 브랜드를 내세워 지난 9월 싱가포르에서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투자를 유치해 정규 매장도 낼 계획이다.

맥키스컴퍼니는 제로슈거 소주 ‘선양’을 처음으로 호주에 수출해 현지 대형마트, 식당 등에서 유통할 예정이다.

박미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경제연구실장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해외에서 다양한 시장을 공략하며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자체와 협력하거나 도움을 받아 제품 개발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제품 품질이 굉장히 뛰어난 편”이라고 평가했다.

중소 식품업계의 해외진출이 활성화하려면 물류 배송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 교수는 “수출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해외 주요 국가 거점지역에 물류센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현지 인프라를 갖추기 힘든 점을 감안해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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