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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아주 강렬하게 남아있는 중학생 시절 기억 중 하나.
H.O.T. 해체가 사실상 확실해졌다고 술렁이던 무렵, 무서워하던 중3 ‘일진‘ 언니가 복도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언니는 강타 사진으로 래핑한 교과서를 품에 안고선 목 놓아 엉엉 울었다. 너무 울어서인지 정교하게 붙였을 속눈썹이 떨어져 볼까지 내려왔던 그 얼굴. 난 잊을 수 없다. 가슴에 (자기 명찰 대신) 안칠현 이름이 새겨진 흰색 명찰을 달고 다니다 학생 주임한테 혼나기도 하고, H.O.T. 멤버의 생일에는 전교생에게 박하사탕을 돌리던, 교내에서는 유명한 ‘클럽 H.O.T’였다. 그때 나는 “H.O.T. 그들이 뭐라고, 저 언니의 세상을 무너뜨렸을까” 다소 한심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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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제너레이션’의 3화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일명 ‘보이그룹편’은 “보이그룹은 언제까지 아이돌이어야 해?”란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현역 보이그룹 멤버가 결혼을 하면, 아빠가 되면, 흡연을 하면,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노는 게 ‘적발’ 되면…. 그때도 아이돌일 수 있을까. 보이그룹에게 ‘퇴직’ 혹은 ‘졸업’은 없는 거야?
조금 이상한 점이, 대한민국은 남자들에게 너그럽고 여자들에게 엄격한 분위기인데, ‘보이그룹‘에게 유독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아, 물론 그런 기준을 들이밀 수밖에 없는 이유는 통계적으로 걸그룹보다 보이그룹이 유난스럽게도 사건 사고가 많은 것도 사실일 수 있다. 3화 편집을 하면서 ‘웃픈’ 포인트 중 하나는 2세대 이하 보이그룹은 데뷔 때의 단체사진을 당당하게 쓸 수 있는 팀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각기 다른 이유들이 있지만 (탈퇴 멤버, 사고친 멤버, 스캔들에 얽혀 퇴출당한 멤버 등등) 온전한 ‘완전체‘ 보이그룹을 찾기가 무척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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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 대표 10명 중 9명이 원하는 아이돌상’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룹 하이라이트의 양요섭 또한 자신을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제약을 건다”라고 인터뷰 한 바 있다. 그렇게 하는 게 자기가 더 즐겁고 마음이 편하다면서. 양요섭을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매니저의 증언. “요섭이 쟤는, 무슨 재미로 사나 몰라. 술도 안 마시고 스케줄 끝나면 운동만 죽어라 해. 어디 갔다놔도 사고 안 칠 애라 걱정이 없어.”
보이그룹이 보이그룹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각자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에게 맞는 방식을 터득한다. 카메라가 있는 곳과 없는 곳에서도 자아를 일치시켜 살아간다는 멤버가 있다. 반면 스케줄 후 집 현관을 들어오는 순간 ‘연예인‘이란 꼬리표를 내려놓고 자연인으로서 자아를 ’스위치온‘한다는 멤버도 있었다. 많은 보이그룹 멤버들은 자신들이 하는 ‘이 일’을 ‘직업’이라고 명명했다. 또 그에 따른 ‘프로정신’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들을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팬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 및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 어떤 보이그룹도 이제는 예전처럼 반짝 빛났다가 사라지는 ‘스타‘를 꿈꾸지 않는다. 이들의 공통된 바람은 “할 수 있는 한 영원히 누군가의 아이돌이고 싶다”이다. 그래서 ‘how’를 고민해가며 살아간다. 왜냐하면 ‘아이돌’이란 타이틀은 타인이 그렇게 불러줘야 유효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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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그룹’은 멋지면서 동시에 연약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그들이 가장 밝게 빛나는 그 찰나의 시간이 아름답다. 꾸준하게 사랑해주고 길게 보며 예뻐해줘야 한다. NCT 도영이 배시시 웃으면서 이야기한 말. ‘보이그룹이란 멋진 직업’이라는 뜻을 이들이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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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케이팝 제너레이션’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 차우진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
②보이그룹은 언제까지 아이돌이야? / 김선형 PD·머쉬룸 컴퍼니 대표
③케이팝 뒤에 사람 있어요 / 하박국 스토리 프로듀서
④상자를 부수는 사람들 / 이예지 머쉬룸 컴퍼니 대표
⑤“케이팝, 왜 하세요?” / 김윤하 스토리 프로듀서
⑥그래서, 케이팝은 어떻게 되나요? / 임홍재 제작 책임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