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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원유가격은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올랐다. 유업체들은 원유가격이 오른 8월 이후 인상시기와 폭을 두고 눈치를 보다가 결국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추석 직후 10월1일부터 우유값을 5.4%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흰 우유 1ℓ 제품 가격이 대형마트 기준으로 2500원 중반에서 2700원 전후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약 140원 정도 오른 것이다.
유업체들은 원유가격연동제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원유가격 인상 때문에 우유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왜 원유가격은 21원, 2.3%가 올랐는데 우유가격은 140원, 5.4%를 올릴까. 원유값 인상률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서울우유는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에 시행되는 것으로 그간 누적된 부자재 가격, 물류비용 및 고품질의 우유 공급을 위한 생산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조금 풀어보면 이해가 간다. 일단 우유가격의 인상이 3년 만이다. 그 사이 원유가격은 유지됐지만 우유 포장에 들어가는 종이팩, 플라스틱 병 등 부자재 비용은 올랐다. 인건비 상승과 기름값 인상, 행상운임 인상 등으로 물류비도 꾸준히 올랐다. 여기서 발생하는 원가 상승 비용이 3년간 누적됐다는 것.
우유는 라면, 쌀 등과 같이 소비자생활과 밀접해 있다. 우유가격 인상은 단순히 우유뿐 아니라 버터, 치즈 같은 유제품과 과자,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우유가 재료를 쓰이는 제품들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가격 결정에 소비자들의 여론과 물가관리를 하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인상요인이 있다고 해도 그때 그때 바로 반영하기가 어렵다.
특히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가 도입됐다. 이 제도에 따라 원유가격인 매년 결정된다. 결국 유업체는 원유가격이 변동할 때 그간 있었던 인상 요인을 반영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3년 전인 2018년 원유가격 인상 당시를 돌아보면 원유값은 ℓ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0.43%)이 올랐고, 서울우유는 우유가격을 3.6% 올렸다. 원유값 외에 다른 인상요인이 컸던 탓이다.
그렇다면 원유가격연동제 이후 우유가격이 내린 적도 있을까. 제도 도입 후 원유값은 2013년과 2018년 올랐고, 2016년에 한 차례 내렸다. 당시 서울우유는 유업체 중 유일하게 우유가격을 낮췄다. 하지만 다른 유업체는 가격에 반영하지 않다가 2018년 원유값이 인상했을때는 같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