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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공무원연금공단이 작년 태백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은퇴한 공직자들의 전원생활 체험을 위해 조성한 은퇴자 공동체 마을이다. 전국에는 이처럼 은퇴자들의 귀농·귀촌을 돕는 은퇴자 마을이 전국 19곳, 총 27개 마을이 있다. 농촌의 빈집, 폐교 등을 리모델링해 은퇴자들의 귀촌 생활을 지원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공무원연금공단의 복지사업이다.
퇴직 공직자를 위한 복지제도…만족도 높아
태백 은퇴자 마을에는 퇴직 공직자 3가구가 살고 있다. 송씨의 경우 은퇴자 공동체 마을 체험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제주도 은퇴자 마을 공동체에서 지내며 전원생활의 매력에 빠졌고, 올해 또 신청해 선정됐다. 송 씨는 “서울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한다고 하던데, 이 곳에서는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환경이 쾌적하다”며 “이 같은 퇴직자를 위한 복지 프로그램이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퇴직 후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양평에 터를 잡아 전원생활을 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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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지만 외부 강사 교육 프로그램과 농사 체험 등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송씨는 “수요일마다 미술심리 치료를 하는데 외부 강사가 와서 진행한다”며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데 참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
태백 공동체 마을 리더는 전직 마을 이장이다. 마을 리더는 인근 농가와 연계한 농사 체험을 비롯해 영농교육, 건강·문화 교실 등 입주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대구시에서 근무하고 작년 6월 퇴직한 김인철(61)씨는 “농촌 체험 중에서는 매실을 땄던 게 기억에 남는데, 한 자루씩 따가지고 와서 그대로 매실차를 만들었다”며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를 찾는 것에도 작은 행복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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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은퇴자 공동체 마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보니 경쟁률도 높다. 올해 입주자 326명 모집에 3200여명이 몰려 1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무원·사학·군인연금생활자가 아닌 일반국민도 10% 비중으로 선발한다. 지역과 직종, 성별 등을 안배한 후 무작위 방식으로 추첨으로 뽑는다.
비용이 한 달 25만원으로 저렴한 것도 인기 이유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실제로 귀촌 생활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 은퇴자 공동체 마을을 체험 단계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인근 마을에서 농촌 생활을 직접 경험해보고 귀농을 결심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은퇴자 공동체 마을이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실제 귀촌한 은퇴자도 여섯 가구나된다.
은퇴자 공동체 마을은 정남준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과거 행정안전부 2차관에서 퇴직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이 되기 전까지 약 9년의 퇴직 이후의 생활을 지내본 만큼 퇴직 공직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은퇴자 공동체 마을은 은퇴자 본인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농촌 마을 등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지역활성화 사업”이라며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도모하고 연금생활자들의 행복한 노후를 실현하는 새로운 복지모델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