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초청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 회의를 주재하려다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날 오 장관의 간담회가 전체공개인 것을 잠시 잊고 회의장을 정돈하려다 머쓱한 웃음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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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가 전체공개로 진행된 데는 취임 후 여의도 중기중앙회를 처음 찾은 오 장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장 일정에서 나오는 소통은 공개해야 한다는 게 오 장관의 생각”이라고 귀뜸했다.
간담회가 공개되자 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었다. 건의에 나선 한 중소기업계 대표는 권칠승 전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21년 변경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 절차가 행정 부담을 늘린다며 “권 전 장관이 가시는 날 이것을 받고 가셨다”면서 개정 과정까지 에둘러 비판했다.
김 회장은 농담을 섞어 정부 부처 간 칸막이를 힐난했다. 그는 “이영 (전 중기부) 장관, 방문규 (전 산업부) 장관과 함께 간담회를 하기로 했는데 둘 다 그냥 가버렸다”라며 “산업부, 중기부 장관이 간담회를 해서 간부들까지 함께 공유하면 시너지가 클 텐데 두 부처 사이가 별로 안 좋다”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김 회장은 아울러 오 장관이 중기중앙회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의 간담회 가능성을 시사하자 “(중소기업) 수출이 굉장히 필요하니까 외교부와 같이 한 번 간담회를 하는 건 굉장히 좋을 것 같다”고 반색했다.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가 언론에 낱낱이 공개되면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 개정 요청’과 같은 다소 딱딱한 건의사항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외교부 장관으로는 이색적으로 취임 이후 첫 일정을 벤처·스타트업 신년회에 참석한 조 장관이 중소기업계에 관심이 많다는 것 역시 재확인할 수 있었다.
오 장관은 취임 이전 후보자 신분일 때부터 줄곧 ‘우문현답’을 강조해왔다. ‘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오 장관은 소상공인부터 벤처·스타트업계, 중소기업계를 두루 찾았고 공단 등 일선 현장도 자주 둘러봤다. 현장은 대체로 ‘전체공개’로 진행됐다. 현장에서의 ‘소통’을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오 장관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는 셈이다.
오 장관의 소통 의지는 진심이다. 소상공인들과의 정례 협의체를 매달 하기로 한 데 이어 중소기업계에도 정례적 모임을 제안했다. 간담회 이후 현장에 참석한 관계자들과 오찬을 진행하면서 오 장관이 먼저 정례적인 모임을 제안했고 김 회장이 흔쾌히 동의하면서 정례 협의체가 구성됐다. 첫 모임은 오는 3월 4일께 만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장 목소리를 중시하는 오 장관의 행보가 중소기업계는 물론, 벤처·스타트업, 소상공인을 모두 웃게 만드는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