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치매 권위자’로 불리는 묵인희(60)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과거 ‘암’에 대한 두려움이 해소된 것처럼 치매 또한 “이젠 고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매의 대표적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규명해 치료제 개발의 문턱을 넘은 묵 교수는 여성으로서 전문 분야 업적을 쌓아온 공로로 지난 20일 ‘2023 삼성행복대상’ 여성창조상을 수상했다. 그는 “치료제 상용화까지 돈도 많이 들고 난관도 많겠지만 끝까지 함께 못하더라도 치료제 개발에 참여해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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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묵 교수가 사업단장을 역임하고 있는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에선 82개 치매 연구 과제가 진행 중이다. 총 300여명의 책임급 연구원이 △원인규명 △조기진단 및 예측 △치료예방 등 3가지로 나눠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묵 교수는 연구에 관여하며 시행착오를 줄이고 최고의 결과를 내도록 연구자들을 이끌고 있다.
치매는 유전적 요인을 비롯해 비만, 당뇨, 청력소실, 불면증 등 다양한 질병이 모두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환자마다 그 원인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묵 교수는 환자들 특성에 맞춰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향후 치료제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원인치료제가 2~3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하나의 기전(원인)을 목표로 해서 효과가 30% 정도”라며 “에이즈 치료제처럼 여러 개 약을 섞어서 복용하는 ‘칵테일 요법’으로 다른 기전을 합하면 점점 좋아질 수 있다. 이미 쓰고 있는 당뇨치료제도 치매 치료제로 전환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환자에게 직접 쓰이는 치매치료제는 1개다. 연간 3000만원이란 턱없이 높은 가격에 격주로 병원에서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관련 연구도 부족해 치료제를 언제까지 투여해야 하는지도 정확하지 않다. 묵 교수는 “점차 치료제를 만드는 곳도 많아지면서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며 “자택에서 주사로 투여하는 임상도 하고 있어 지금보다 편리해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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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치매인가?’라는 생각이 들어도 증상이 뚜렷하지 않으면 병원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 병원에선 치매 환자만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그램 등 치매 예방을 위한 사회 서비스도 없는 실정이다. 국립암센터처럼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치매 원스톱 기관’이 필요한 이유다.
묵 교수는 “일반인도 임신테스트기처럼 매일 할 수 있는 조기진단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치료제는 부작용 등으로 오래 걸리지만 조기진단은 위험 요소가 없어서 정확도만 높이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스웨덴과 프랑스에선 식이요법, 인지강화훈련 등 비약물치료 운동도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단 게 증명됐다”며 “치매 위험군이면 예방도 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년을 5년 앞둔 그는 여성으로서 전문 분야의 권위자가 되기까지 쉽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묵 교수는 “요즘은 ‘유리천장’이라고 하지만 과거엔 그냥 ‘지니의 요술램프’ 안에 갇혀 있는 기분이었다”며 “정년 이후엔 연구가 아니어도 중장년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삶을 사는 게 최고의 치매 예방이다. 앞으로 ‘나’를 챙기면서 살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