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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은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700원(2.09%) 오른 2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물벼락 갑질’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4월 11일 종가(3만5900원)와 비교하면18.94%나 떨어진 것이다. 시총은 같은 기간 6449억원이나 줄었다.
한진그룹의 다른 종목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갑질 논란이 시작된 후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180640)과 진에어(272450) 등의 주가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 이 기간 한진칼은 2만335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진에어는 3만2250원에서 2만5550원으로 각각 22.19%, 21.6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칼과 진에어의 시총은 각각 3165억원, 2100억원 감소했다.
◇진에어, 면허 취소 리스크에 투심 위축
특히 진에어의 경우 외국인 임원 불법 등기에 따른 면허 취소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 오너 일가의 그릇된 행태에 검찰과 경찰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들이 총동원되면서 해당 종목들에 대한 투자심리는 극도로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효성(004800)은 연초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조현준 회장이 불구속 기소된 후로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지난 2013년 친동생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고발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조 회장은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 일렉트로닉스’에 179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효성 ‘아트펀드’를 조성해 미술품 판매를 통해 12억원의 부당 차익을 거둔 혐의를 받고 있다.
효성은 분할상장에 따른 거래 정지 직전일인 지난 5월 29일 13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가 발표되기 전 연고점인 14만7500원(1월 3일 종가)까지 올랐던 걸 감안하면 9.15% 하락한 것이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5조1798억원에서 4조705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효성은 지난 13일 분할 존속회사로 재상장한 첫날 시초가 대비 2만2800원(28.75%) 하락한 5만6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2분기 실적 우려에다 대주주의 검찰 소환 등 악재로 하한가에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아시아나항공(020560)·종근당(185750)·DB(012030) 등 오너의 전횡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기내식 파문과 박삼구 회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아시아나항공 주가도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종가는 4190원으로 연고점을 찍었던 1월 29일(5460원)과 비교하면 23.26%나 내린 것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7월 오너가 운전기사에게 폭언·욕설한 사실이 공개된 후, DB 계열사들은 지난해 9월 김준기 전 회장의 여비서 상습 추행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며칠간 출렁거렸다.
◇“오너 갑질이 기업 펀더멘탈 바꾸진 않아”
증권가에서는 오너 갑질 논란이 재벌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해당 기업의 주가 흐름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적 등 기업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상 기업의 펀더멘탈을 바꾸는 이슈는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크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조금씩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오너리스크는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면서 “특히 한진의 경우 주주 몫의 이익을 오너가 유용한 데다, 면허 취소라는 불확실성까지 겹쳐지면서 주가가 디스카운트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등 항공주들이 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오너리스크까지 겹쳐지면서 현 주가는 바닥으로 여겨진다”라며 “하반기에는 주가가 개선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효성의 경우 지주사 전환에 따라 분할 신설회사들이 독자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하반기에는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오너리스크로 하방압력을 받았던 주가가 이제는 시장에서 재평가가 이뤄질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