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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뜨겁다. 매매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도 상승세다. 전셋집이 귀해지면서 매매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이었던 ‘도로사선제한’ 제도가 53년 만에 폐지된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층수 제한에 갇혀 있었던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리모델링 바람도 거세질 수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비수기 사라진 재건축 시장
강남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3월은 비수기로 통한다. 겨울방학 학군 수요가 사라진 데다 아직 본격적인 봄 이사철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강남 일대 재건축 이주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 상승은 물론 매매가격까지 꿈틀대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R공인 관계자는 “최근 인근 개포동 개포주공 2단지에서 재건축 이주가 진행되면서 전세 문의가 많아졌다”며 “전세 물건이 달리면서 전셋값이 치솟자 매맷값도 덩달아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43㎡형 전셋값은 4억 5000만~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000만원 넘게 올랐다.
전셋값이 치솟자 매매로 돌아서는 세입자도 늘면서 아파트값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 8억 5000만원에 실거래됐던 은마아파트 76.79㎡형은 석달 새 5000만원 가까이 오른 9억~9억 1000만원에 팔리고 있다. 인근 개포동 주공1단지도 설 연휴을 기점으로 매맷값이 1000만∼2000만원 올랐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36㎡형의 경우 설 연휴 직전 6억∼6억 1000만원에서 현재 6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6억 8000만∼6억 9000만원이던 전용 43㎡형도 현재 호가가 7억원을 웃돌고 있다.
◇도로사선제한 폐지로 재건축 사업 탄력 기대
도로사선제한 폐지도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데 한몫하고 있다. 국회 국토위는 지난 3일 도로사선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건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962년 제정된 도로사선제한은 도로 폭 기준으로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제도다. 건축물 각 부분의 높이를 전면도로나 반대쪽 경계선 수평거리의 1.5배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서초구청 도시 관리국 관계자는 “도로사선제한으로 직간접적 영향을 받았던 강남권 낡은 아파트들의 재건축·리모델링 사업에 한층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5차 아파트(555가구)와 반포동 반포 미도아파트(1260가구),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 등이 도로사선제한 폐지로 층수 제한에서 벗어나게 됐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는 도로 사선제한 규정이 폐지될 경우 30층 중반 정도로 예상된 재건축 사업이 최대 50층 초반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에 수혜 단지의 매매 호가가 뛰고 있다. 신반포 5차 전용 101.91㎡형 매매 시세는 9억 3000만~9억 4000만원으로 이달 들어 호가가 2000만~5000만원 올랐다. 반포 미도아파트 전용 85.96㎡형도 올해 초 8억 2000만~8억 3000만원에서 지금은 8억 7000만~8억 8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완화로 매매시장 분위기가 좋아진 상황에서 도로사선제한 폐지라는 호재까지 더해지면서 집값이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 같다”며 “하지만 과거 부동산 활황기 때처럼 추격 매수세가 강하지 따라붙지 않고 있어 상승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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