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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판매 실적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하반기 월 1조7000억~2조원 수준이던 판매액은 2026년 1~3월에는 2조4000억~2조6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최고 적용금리는 4.0%에서 4.5% 수준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 원리지만, 보금자리론은 오히려 판매가 늘었다. 이는 실수요자들이 금리가 낮아서 보금자리론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시중은행 대출이 막히면서 선택지가 보금자리론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즉 지금 시장을 어렵게 만드는 본질적인 원인은 금리 자체가 아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한다는 명분 아래 시행된 획일적인 대출 규제와 규제지역 확대가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경로를 크게 좁혀 놓은 것이 핵심이다. 돈의 가격이 오른 것보다 돈이 흐를 수 있는 길목을 막아버린 정책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의 정책은 가계부채 관리라는 목표에만 집중한 나머지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을 강하게 관리하면서 시중은행 대출은 빠르게 위축됐다. 그러자 상대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보금자리론으로 수요가 이동한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정책은 이러한 수요를 흡수하기보다 정책금융의 금리까지 올리고 규제지역을 확대하면서 정책금융의 역할마저 축소시키고 있다.
물론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과도한 레버리지는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방식은 지나치게 일률적이다. 실거주 목적의 대출과 투기성 대출을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면서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나 무주택 실수요자의 대출까지 총량 규제 대상으로 묶는 것은 정책의 목표와 수단이 어긋난다.
규제지역 확대도 같은 문제를 낳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원래도 주택가격과 소득, 대출한도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담보인정비율(LTV)이 낮아지고 실제 대출 가능 금액도 줄어든다. 집값은 이미 오른 상황에서 대출 한도까지 감소하면 상당수 실수요자는 계약 자체가 어려워진다. 금리가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아예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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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정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집을 구매하지 못한 수요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세와 월세시장으로 이동한다. 매매를 포기한 실수요자가 임대시장에 머물게 되면 전월세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다시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매매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금융 규제가 오히려 임대차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주택시장은 거래량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실수요자가 안정적으로 자가를 마련해야 주거 이동이 원활해지고 임대시장도 균형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가계부채 관리와 주거 안정은 상충되는 목표가 아니라 함께 달성해야 할 정책 과제다.
앞으로는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주택자의 투기성 대출과 고가주택에 대한 과도한 레버리지는 엄격하게 관리하되, 생애 최초 구입자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보다 유연한 금융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보금자리론 역시 정책금융 본래의 목적에 맞게 충분한 금리 경쟁력과 실질적인 대출 접근성을 유지해야 한다.
보금자리론 판매 실적은 실수요자들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금리가 올랐는데도 사람들은 보금자리론을 찾았다. 이는 금리가 낮아서가 아니라 다른 대출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보금자리론 금리마저 5%대로 올라서면서 마지막 남은 정책금융의 사다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금리가 아니라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성을 과도하게 제한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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