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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력 수요 파악부터 틀려…"노동시장 상시 모니터링 구축 시급"

서대웅 기자I 2024.08.13 05:00:00

기업 수요 그대로면 생산차질 의미
인력수요 접었다면 업황악화 뜻해
정부, 외국인력 확대계획만 되풀이
데이터 기반 수급시스템 구축해야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외국인력 수급계획이 틀어진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국내 고용시장, 특히 중소기업들이 처한 환경 분석과 처방이 달라질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정부가 사전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원인 분석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20주년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외국인력 수급계획은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한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매년 말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결정해왔다. 2021년까지 매년 5만명 대 도입을 목표로 고용허가제를 시행했지만 2022년 6만9000명, 2023년 12만명으로 크게 늘리더니 올해는 16만50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계획을 세웠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구인난을 겪는 업종들이 도입 규모 확대를 요청하고, 음식점업 등에선 허용 신설을 요구한 것을 받아들인 결과다.

하지만 올해 1~7월 실제 입국한 인력은 4만7000명 수준에 그치면서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먼저 기업의 수요가 그대로라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은 연간 16만5000명 수준의 구인 수요를 가지고 있는데 송출국에서 이에 대한 공급을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내국인력 투입 등 기업의 생산성 유지를 위한 정부 정책이 새로 나와야 한다.

기업들이 수요를 접은 것이라면 고용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6만5000개 일자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올해 들어 경기 위축 등의 영향을 받아 고용 계획을 줄였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업종별 경기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이밖에 기업들이 여전히 인력난을 겪고 있지만 외국인이 해당 직무 수행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외국인력 수요를 접은 경우도 가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선 재직자의 직무능력 향상 정책이 필요하다.

원인이 무엇이든 정부의 수급계획 실패로 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고용노동부의 외국인력 도입 정책에 대한 감사 결과 객관적 근거 없이 기초자료를 조정하거나 임의로 전망치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객관적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산출해 왔다는 것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정부가 외국인력 도입 계획을 올해처럼 대규모로 세우지 않았다면 그 차이에 대해선 내국인 활용, 인력부족 해소 등 다른 노력을 미리 기울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전수요 대비 외국인력 허용 집행률이 차이가 날 순 있지만 올해는 그 차이가 특히 큰 것 같다”며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이 이뤄져야 고용시장에 맞는 정책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대외적으로 비숙련(E-9) 외국인력 확대 계획만 밝히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12일 고용허가제 2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더욱 다양한 업종과 직무에 외국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외국인력이 활동할 수 있는 업종과 직종을 더 확대하고 필요한 인력이 적재적소에 배치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바꾸고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또 E-9 외국인력을 숙련(E-7-4) 인력으로 전환하는 데까지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앞으로는 관계부처와 협업해 E-7-4에서 거주(F-2), 나아가 영주(F-5) 비자 발급을 받아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데이터에 기반한 외국인력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한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업종과 지역, 직무 등 빈일자리 통계의 완결성을 높이고, 장래 수요 동향 예측이 가능하도록 노동시장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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