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시장에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인하에 확신을 주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다, 미국 대선 역시 일찌감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 후보)에게로 추가 기울고 있는 만큼 조금씩 방향성이 명확해지리란 기대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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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계좌 잔고 규모는 총 85조 7852억 7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73조 8504억원)과 견줘 11조 9348억원이 늘었다. 특히 지난 9일 CMA 잔고는 86조3232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금투협이 CMA 계좌 잔고를 조사한 2006년 이후 최대치다.
CMA는 증권사가 투자자의 자금을 받아 기업어음(CP), 국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 지급하는 상품이다.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뚜렷한 용처를 정하지 못할 때 자금을 잠시 묶어두는 용도로 사용한다.
머니마켓펀드(MMF)도 다시 불어나고 있다. 15일 기준 MMF 잔고는 205조 7911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말 187조원까지 내려온 MMF는 이달 3일 200조원을 돌파하더니 다시 몸을 불리는 모습이다. MMF는 금융사가 고객 돈으로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초단기 금융 상품이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과 함께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주식을 매매하기 위해 기다리는 ‘투자자 예탁금’ 역시 다시 꿈틀대고 있다. 15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7조 8772억원으로 한 달 전(54조 6882억원)보다 3조 1890억원 늘었다.
CMA나 MMF 같은 단기대금 계좌에 돈이 쌓이고 있는 것은 뚜렷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는 고조되고 있지만, 이제까지 증시 상승을 주도한 인공지능(AI) 반도체주가 과열 논란 속에 숨 고르기 중이다.
국내 증시 역시 지난 4일(종가 기준, 2824.94) 2800선을 돌파한 후, 9거래일간 2900선으로 도약하지 못한 채 횡보세를 보이며 이날 2866.09에 거래를 마쳤다. 그 사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3.66%, 1.30% 오르는데 그치고 있다. 증시의 우상향을 믿고 투자에 나서기엔 개인투자자들이 확신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피격 후 당선 가능성 고조…불확실성 줄일수도
하지만 하반기 한·미 기준금리 경로가 뚜렷해진 만큼 대기성 자금들은 조만간 투자처를 찾을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간밤 인플레인션이 2%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며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피격 사건 이후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11월 미국 대선과 관련한 변동성 우려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미·중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장기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방향성이 명확해진 것 자체는 증시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국내 시가총액 상위 상장기업들이 다음 주(22~26일)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낸다면 코스피도 2900이라는 마디 지수를 뚫고 올라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22일 POSCO홀딩스(005490)와 23일 SK하이닉스(000660), 25일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 등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6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80.13원으로 5월(1365.39원)보다 1.1% 상승하는 등 수출주의 실적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라앉는 가운데 코스피 대형주들의 실적이 뒷받침될 경우, 불어난 대기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미국 빅테크주의 조정은 과열 해소와 물량 소화의 과정일 뿐,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7월 말 2900선을 상회하는 코스피의 레벨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