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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800 넘어서자…꿈틀대는 '빚투'

김인경 기자I 2024.06.21 05:20:00

신용거래융자, 20조2430억원…연중 최대치
최근 9개월만에 20조원 넘더니 증가세 이어가
이달 113% 오른 한국가스공사, 신용융자는 10배 증가
"아직 종목 장세…반대매매 주의하며 접근해야"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코스피가 2800선을 넘어서자 또다시 ‘빚투(빚내서 투자)’가 증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가 지난해 9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20조원을 돌파했다.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가 없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급등세를 타고 있는 영일만 석유·가스 테마주를 기웃거리며 수익률 ‘한 방’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개월 만에 20조원 넘어선 신용거래융자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총 20조 2430억 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연중 최대치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1조 585억원, 코스닥에서 9조 184억원씩 각각 신용거래융자가 발생했다. 지난 13일(20조1216억원) 20조원을 넘어선 신용융자는 4일째 20조원대를 지키고 있다. 신용융자가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 25일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후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빚을 내서 투자한다는 의미로 ‘빚투’라고 불리는데 잔고 규모가 크다는 건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선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보통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아질 때 신용거래융자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신용거래융자는 2차전지에 대한 투자심리가 뜨거운 가운데 초전도체 붐이 불었던 지난 9월 20조원을 찍은 후 소폭 소강상태를 보였다. 올해 들어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하며 은행이나 자동차주 위주로 잠시 ‘빚투’가 늘었지만 전체 신용거래융자는 18조~19조원 수준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가 2800선을 돌파하고 K-산유국주와 음식료주, 화장품주가 급등세를 타자 이들 종목으로 ‘빚투’가 모여드는 모습이다. 5월 말 2만 9800원에 거래되던 한국가스공사는 이날 6만 3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3거래일 동안 무려 113.09% 올랐다. 그 사이 한국가스공사의 신용융자 잔고는 85억 3500만원에서 935억 8200만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한 상태다.

이 외에도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음식료주에 대한 인기가 살아나자 이달 들어 삼양식품은 21.74% 올랐고 신용융자 잔고는 같은 기간 473억원에서 609억원으로 불어났다. 농심 역시 이달 주가가 11.86% 오르는 사이 신용융자 잔고가 109억원에서 16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실리콘투(257720) 등 화장품주 역시 조정 장세가 끝나고 상승세를 타자 선진뷰티사이언스(086710)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58억원에서 95억원으로 급증했다.

◇아직은 조심스러운 투자 필요…반대매매 우려도

물론 빚을 내서 투자를 하더라도 주가가 오르기만 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추세적 상승장을 기대하기보다 글로벌 지표를 살펴보고 접근하는 ‘조심스러운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금리도 하락하고 있지만, 일시적 금리 변화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환율 변동성도 높은 수준이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거시환경(매크로) 변화보다는 기업 실적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리한 빚투는 자칫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빚을 내서 투자한 주식을 증권사가 강제적으로 청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빚을 내서 산 주식의 가치 평가액이 담보 유지 비율 아래로 내려가면 전날 종가의 하한가로 강제 매도당한다. 하한가로 주문이 들어가면 다시 반대매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빚투는 투자자의 자본 대비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 역시 크다는 점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면서 “최근 빚투가 몰리는 영일만 테마주나 음식료 종목들은 이미 이달에만 수십퍼센트 오른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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