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출범 이후 2년간 기소 단 3건…공수처 무용론 재점화 왜?

이배운 기자I 2023.05.30 06:00:00

예산 280억 사용했는데…기소 3건, 이첩 3176건
조직 문화·제도 전면개선 촉구 ''쓴소리'' 잇따라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2년이 넘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또다시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수처에서 일하다 떠난 검사들은 조직 문화와 제도 등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내놨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월 공수처 출범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9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수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이후 지난 3월 31일까지 총 6185건의 사건을 접수했지만, 재판에 넘긴 사건은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호 기소’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 혐의 사건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직접 처리 사건은 공소제기 요구 6건, 불기소 311건 등 2632건이었고 다른 수사기관 이첩은 3176건으로 절반이 넘었다. 그러면서도 지난 2년간 사용한 예산은 총 280억원에 달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제구실은 못 하면서 세금만 낭비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성문 전 공수처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사직인사 글에서 “내부 비판을 외면하는 조직은 건강하지 않다”며 공수처 지도부를 정면 비판했다.

검찰 출신인 김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 근무 기간은 몸은 가장 편했지만, 마음은 가장 불편했다”며 “많은 현안에 대해 법원 출신 간부들과 다른 의견을 개진했다”고 적었다. 판사 출신인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은 수사 경험이 적은탓에 수사 일선과 이견·갈등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김 전 부장검사는 “검사·수사관들이 잇달아 사직 의사를 밝힐 때 진솔한 토론을 통해 개선 방안을 도출하자고 제안했지만, 오히려 ‘사직하는 사람이 무책임하다’는 취지로 비난하는 말이 들렸다”며 “저의 태도를 ‘내부총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직자는 항상 언행에 신중하고 비판적인 보도가 있다면 자신의 언행이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내부의 일을 외부에 알린 사람을 탓할 일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김 처장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적 있지만, 책임을 내부 제보자에게 돌리면서 안팎의 빈축을 샀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지난 3월 공수처를 떠난 예상균 전 공수처 부장검사는 최근 형사정책연구 제34권에 실린 논문 ‘공수처법 운영과정에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현재의 공수처를 두고 “사실상 수사기관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기 어렵다”며 “하루빨리 제도의 대대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 전 부장검사는 현 공수처의 문제점으로 △수사에 전념할 수 없는 인력구성 △수사 대상자와 기소 대상자의 불일치 △이첩요청권 행사에 따른 기관 간 갈등 등을 짚고, 특히 법적으로 정해진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의 정원으로는 수사 역량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욱 처장 역시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인력증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다만 검사·수사관 정원을 늘리더라도 조직이 정상화될지는 미지수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수사 인재들이 공수처에 지원할 요인이 적기 때문이다. 공수처법상 검사의 임기는 3년이고 3회 연임할 수 있지만, 실제 연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최대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은 12년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조직의 위상은 불안정한데 임금체계는 검찰과 같다는 점도 인재들이 문을 두드리는데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예 전 부장검사도 이러한 문제점을 의식한 듯 “검사가 공수처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 조직의 기반이 흔들릴 것은 자명하다”며 “상당한 정도의 수사 인력증원뿐만 아니라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의 신분보장 강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인적쇄신 차원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김 처장은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며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고 거듭 선 그은 바 있어 리더십 교체는 요원해 보인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