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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결선투표·獨 비례제 도입…승자독식 아닌 협치로

김성곤 기자I 2022.05.03 06:00:00

대한민국,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답을 찾다
“정치인은 4류, 관료행정은 3류, 기업은 2류"
한국정치 후진성 여전..승자독식 폐해 심각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정치인은 4류, 관료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다.”

지난 1995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남긴 유명한 어록이다. 그로부터 2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국정치의 후진성은 여전하다. 1표라도 더 얻는 사람이 모든 권력을 독차지하는 대선 단순다수제와 국회의원 소선구제에 기반한 여야 거대 양당의 승자독식 구조의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20대 대선 이후 여야의 격렬한 대치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안으로는 프랑스식 결선투표제 도입을 통한 대표성 강화와 협치기반 마련 및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제를 벤치마킹한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활성화 등이 거론된다.

정치 분야의 정체와 달리 기업과 문화 분야의 발전상은 눈부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 일본 대중문화에 전전긍긍하던 문화산업은 한류를 넘어 최근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세계가 놀랄만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유독 정치만이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평가다. 정치인은 국민적 신뢰도 조사에서 매번 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적 원성이 자자하다. 특히 코로나19의 장기화는 물론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글로벌 신냉전 등 나라안팎의 상황은 분초를 다툴 지경인데 정치만큼은 ‘우물 안 개구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정치의 후진성은 유독 눈에 띌 정도”라면서 “정치인들이 극단적인 선악구도와 진영논리를 조장하는 측면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승자독식의 선거제 개편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미국 대선도 승자독식이지만 상호존중의 정치문화가 지켜진다”며 “소수정당의 대표성 강화를 위해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이나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대선의 경우 결선투표제 도입이 시급하다. ‘법과 역사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제를 채택한 세계 95개 중 한국, 미국 등을 제외한 프랑스 등 89개국이 대선 결선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27.85%를 얻었지만 2차 투표에서 58.55%의 득표율을 기록해 대표성을 강화했다. 국회의원 선거 역시 현행 소선거구제는 지나친 사표 발생은 물론 지역·이념에 기반한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가 심각하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이 논의됐지만 여야 거대양당의 위성정당 꼼수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제 도입을 통한 소수정당의 기회 보장이 시급하다. 독일은 이를 통해 다수당의 일방통행이 아닌 신호등 연정이나 적록연정 등 다양한 협치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신 교수는 이와 관련 “여야가 승자독식 선거구제의 폐해 극복을 위해 대선 결선투표제와 독일식 정당명부제 비례대표제 도입 등 22대 총선을 앞두고 권력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로벌 스탠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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