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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총선 전망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야당의 개헌저지선을 무너뜨리는 200석 이상 가져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공천이 곧 당선’이란 인식까지 퍼져있었다. 한 마디로 새누리당의 기고만장이 극에 달했던 것이다. 이런 자만심은 결국 파국을 불렀다. 새누리당의 이런 행태에 국민들이 등을 돌렸고 더불어민주당이 1당을 차지했다.
지난해 말 무소속이었던 손금주·이용호 의원이 민주당에 입·복당을 신청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두 의원의 과거 발언 등을 문제 삼아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총선과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 후보들에 대해 비판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를 두고 민주당의 ‘순혈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문만 내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민주당이 문을 걸어잠군 것이란 평도 나온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가 있을 때에도 여권에서는 “우리편이 아닌 사람을 써서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 나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편인지 아닌지를 잘 가려서 인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러다간 현 정부여당에서 일하려면 사상검증이라도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성 발언도 나온다.
일부 친문세력으로부터 끊임없이 ‘탈당’ 요구를 받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우에도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친문’이 아니란 이유로 미운 털이 박혔고, 배척대상이 됐다. 최근 탈원전 관련해 정부와 다른 입장을 낸 송영길 의원은 당내에서 ‘이단아’로 찍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민주당에서는 친문이 아니면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자타가 공인하는 비문 의원들도 “자신은 친문”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닐까. 또 이런 분위기라면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진문감별사’가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이 식사 자리에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선거라는 게 한명이라도 더 내편으로 만들어야 승리하는 것인데 자꾸 내편의 범위를 좁게 만들고 있다”며 “선명성,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 지도부가 외연확장에 유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지지율이 높고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라며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 사례를 생각해봐라. 우리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