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 김순례(여·62)씨. 그는 만 65세 미만이기 때문에 ‘경로우대 지하철 무임승차권’ 발급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김씨는 남편의 무임승차권을 받아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속에 걸릴까 봐 긴장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단속에 걸린 적이 없어 요즘은 편안하게 이용하고 있다.
연료비 증가와 무임 수송 등에 따른 손실비용으로 서울시의 지하철과 시내버스 적자가 연평균 5000억원, 3000억원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일부 시민들의 상습적인 부정승차까지 더해지며 재정난을 키우고 있다. 성숙하지 못한 시민 의식과 부실한 단속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해당 기관 및 종사자들의 단속·관리 부실에 대한 대책 마련과 ‘부정승차는 범죄’라는 시민의 의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허술한 단속에도 지하철 부정승차 적발 2년 새 3배 이상 ↑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메트로(1~4호선 운영)와 도시철도공사(5~9호선 운영)의 부정승차 적발 건수는 각각 2만2420건, 3만8041건으로 2011년 6216건, 1만1083건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문제는 부정승차 사례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도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력 부족 등 단속에 한계가 있다”며 “특히 인권 보호 차원에서 현장 단속보다는 주로 CCTV 단속(교통카드 부정 사용)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차권 없이 개집표기를 넘거나 비상 게이트를 통과하는 행위 등에 대한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성숙한 시민 의식을 통한 자정 기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버스, 부정 승차 단속 사각지대…서울시 “권한 없어”
시내버스의 경우 더 심각하다. 반쪽 지폐 등 상습적으로 부정승차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버스기사가 운전·운임·승객 승하차 등을 도맡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버스 부정승차 적발 실적은 2012년 6건, 지난해 단 1건에 그쳤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시내버스 운송사업 약관에 따라 부정승차 부가금 징수 권한이 사업자에게 있고, 시는 단속 권한도 없다는 입장이다.
버스 부정승차 사례는 △현금으로 요금을 낼 때 표준 요금보다 적게 내는 경우 △지폐를 낼 때 반으로 찢어진 지폐·위조지폐·외국지폐·장난감 지폐 등을 사용하는 경우 △승차 후 교통카드를 태그하지 않는 경우 △초과 운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카드를 미리 태그하는 경우 △혼잡한 틈을 타 버스 뒷문으로 승차하고 운임을 지불하지 않는 행위 등이다.
한 버스기사는 “1000원권을 2등분 해 지폐 끝을 말거나 접어 슬쩍 요금함에 넣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중·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얌체 짓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사들도 부정승차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매번 요금 내는 승객만 쳐다볼 수는 없다”며 “특히 혼잡 시간대에는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대중교통 부정승차로 적발되면 미지급 운임과 30배의 부가금을 부과하고 있다 . 이에 따라 서울 지하철은 지난해에만 총 21억원 규모의 부가금을 부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