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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스토킹 사건, 제도 한계 드러내…위험신호→가해자 분리 곧장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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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기자I 2026.04.27 06:10:02

최신영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인터뷰
피해자보호명령 신설에도 "수사 전 단계 선제적 보호 역부족"
"디지털 스토킹·아동 피해자 보호 수준 너무 낮아"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은 제도가 없어서 발생한 게 아니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앞으로는 ‘무엇을 더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제도를 실효성 있게 작동시킬 것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최신영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최신영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의 의의와 한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 변호사는 서울특별시 스토킹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 서울시 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경기도 젠더폭력통합대응단 법률지원단 등에서 스토킹·교제폭력·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법률지원 활동을 해온 전문가다.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 신청 가능해져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피해자가 직접 법원 문을 두드릴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를 신설한 것이다. 피해자가 접근금지를 요청했지만 사법경찰관의 신청 또는 검사의 청구가 이뤄지지 않아도 피해자가 90일 이내에 직접 법원에 신청해 접근금지 명령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보호명령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가정폭력처벌법의 피해자보호명령(2011년 도입)과 아동학대처벌법의 피해아동보호명령 등 유사 제도가 시행되어 온 점을 반영해 스토킹 범죄에도 확장 도입한 것이다.

최 변호사는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도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적용 범위가 좁다”고 짚었다. 피해자가 사전에 접근금지 등을 요청했음에도 사법경찰관이 신청하지 않거나 검사가 청구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피해자가 그 사실을 통지받은 때부터 90일 이내 직접 법원에 청구해야 하는 구조여서 정신적 충격이 큰 피해자가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수사 착수 이전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접근금지나 연락차단이 필요한 경우가 훨씬 많다”며 “경찰 신고 이전이라도 긴급하게 신청할 수 있는 독립적인 보호명령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자발찌 착용 남성이 반복 신고에도 불구하고 스토킹 피해 여성을 살해한 남양주 사건에 대해서는 현행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스마트워치, 위치추적, 전자발찌 등 위험 신호는 충분히 있었지만 그 신호가 실제 가해자 분리나 물리적 차단으로 즉시 연결되지 않았다”며 “위험 신호가 포착되는 순간 가해자 분리·전자감독 강화·경찰 현장 대응이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시스템이 있어야 실질적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스토킹 대응 체계에 대해서도 법의 공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위치추적장치(GPS) 기기를 이용한 위치 추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반복 변경하며 차단을 회피하는 행위 등을 실제 사건에서 다수 목격했다”며 “현행법은 오프라인 중심의 전형적인 스토킹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GPS 추적 같은 행위가 스토킹이 아닌 위치정보법 위반으로 분절 처리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질은 지속적 감시와 통제임에도 법적으로는 개별 위반행위로 쪼개져 피해자 보호가 약화된다는 것이다.

최신영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진=이영훈 기자)
아동·청소년 스토킹 별도 체계 마련 시급

아동·청소년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별도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 변호사는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성인간 관계 중심이라 미성년 피해자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학교·학원 등 생활공간에서의 즉각적인 분리 조치, 교사·보호자 등 제3자의 신고 및 개입 권한 확대, 접근 제한 범위의 현실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해자 치료명령 의무화에 대해서도 적극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스토킹은 집착·통제 욕구가 결합된 유형이 많아 형사처벌만으로는 재범 방지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유죄판결 시 수강명령·이수명령을 임의적으로 병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의무 부과는 명문화돼 있지 않다. 실제로 “구치소에 있는 가해자도 ‘사랑해서 그랬다’고 한다. 가스라이팅에 의해 피해자들이 수년간 묶여 있는 이유”라며 집착과 통제의 구조적 특성을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영국처럼 스토킹 보호명령과 가해자 개입 프로그램을 결합해 사전 유죄판결 없이도 법원이 보호명령과 동시에 행동교정 프로그램 참여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고위험군은 전담 관리체계로 지속 모니터링하는 방식을 참고해, 보호명령·전자감독·접근금지와 결합한 통합 관리 체계로 설계해야 실질적인 재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 변호사는 “피해자 보호 수준이 너무 낮다. 표가 안 되어서인지,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사회적 약자여서인지, 국가·지자체 예산도 관심도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목소리만 있을 뿐 실무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어렵고 힘든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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