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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인지하는 순간 지체 없이 사실 확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 신고 내용이 다소 과장돼 보이더라도, 인사 갈등과 얽혀 있는 듯하더라도, ‘일단 조사’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조사를 게을리하는 것 자체가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회사는 움직인다. 노무사나 변호사를 선임하고,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며, 당사자를 분리 조치한다. 신고 한 건이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요구한다. 업무 공백은 조직 전체로 번지고, 관련자들은 말을 아낀다. 단순한 갈등이 순식간에 조직 전체의 사안으로 불어난다.
물론 많은 신고는 정당하다. 반복적인 모욕, 공개적 질책, 의도적 배제는 현실에 존재하며, 피해자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다. 제도는 그런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실무에서 마주하는 장면은 그보다 복합적이다.
성과평가 결과가 통보된 직후, 그동안의 모든 업무 지적이 괴롭힘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징계가 예정된 상황에서 돌연 장기간의 모욕과 따돌림이 있었다는 진술이 시작되기도 한다. 내부 감사나 비위 조사가 개시되자마자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신고 직후 장기 병가나 육아휴직이 이어지며 조사 일정이 사실상 멈추는 일도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신고는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방어 수단처럼 작동하거나, 향후 조치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절차가 장기화되면서 조직은 불안정한 상태에 머물게 된다. 피신고인은 직무에서 배제된 채 결론을 기다리고, 구성원들은 말을 아끼며 눈치를 본다. 실체는 규명되지 않은 채 긴장만 쌓인다.
그럼에도 회사는 조사를 멈출 수 없다. 허위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조차 ‘2차 가해’로 오해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은 진실을 밝히는 일과 동시에 스스로를 방어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떠안는다.
첫 문단으로 돌아와 세미나장에서의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보호는 강화되었는데, 제도의 남용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다음 달 칼럼(2편)에서는 피해자 보호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제도의 균형을 회복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보호는 지키되 제도가 전략이 되지 않도록 하는 설계, 이제 그 균형을 이야기할 차례다.
■강서영 변호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 2회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로스쿨 방문학자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현)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 자문위원 △(현)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현)법무법인 원 소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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