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가 오는 20일 AI 미술품만을 대상으로 경매를 예고한 가운데 예술가들이 취소를 요구하고 나서 예정대로 진행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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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매에는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을 포함해 해롤드 코헨, 홀리 헌튼 등 AI 아트 분야 선구자로 손꼽히는 작가와 신진 작가의 작품 20여점이 출품된다. 이중 튀르키예 작가 아나돌은 자신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에 방대한 데이터를 제공해 미술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코헨 역시 화가이자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AI 로봇 화가 ‘아론’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이번 경매에선 아론이 그린 드로잉이 경매에 오른다.
크리스티의 증강지능 경매 소식이 전해지자 4000여명에 달하는 예술가들이 반발하며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경매에 출품된 디지털 창작물을 만드는 데 사용한 AI 프로그램들이 저작권이 있는 작품인데도, 창자자의 승인 없이 훈련 학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예술가들은 성명에서 “AI 모델과 그 배후에 있는 회사는 인간 예술가에게 허가나 보상 없이 작품을 사용, 그들과 경쟁하는 상업적 AI 제품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모델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지지하는 것은 AI 회사가 인간 예술가의 작품을 대량으로 도용하는 것을 보상하고 장려하는 것”이라며 크리스티를 비판했다.
실제로 AI 모델이 예술가들의 저작권이 있는 작품을 학습해 AI 이미지 서비스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의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방식은 현재 법적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일부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AI 학습 데이터로 무단 사용되었다며 기술 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AI 이미지 서비스 업체들은 ‘공정 이용’(fair use·미 저작권법 등에 따라 저작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가 없이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원칙을 들어 일부 경우 저작권 허가 없이도 자료를 사용할 수 있다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예술가들의 반발에 대해 크리스티 대변인은 영국 미술 전문지 ‘디 아트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경매 작가들은 모두 다방면에 걸친 강력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출품된 작품들은 AI를 활용,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AI 아트의 법적·윤리적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거승로 보이며 크리스티의 경매가 에정대로 진행될지 주목되고 있다.
CNN은 “지난달 미국 저작권청은 예술가가 AI 도구를 사용해 만든 작품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순수하게 AI가 생성한 자료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AI 기술이 발전하고 일상에 점점 더 통합되고 있지만, 저작권과 공정 이용(fair use)에 관한 법률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