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죽이기①]
티몬·위메프 정산대금 지연 사고 두 달
정산기일 단축 외 플랫폼 독과점 규제 강화
유럽 따라 ''규제''하자고 하나 유럽은 美 빅테크 겨냥
韓 자생력 있는 ''자국 플랫폼 죽이기'' 우려
[이데일리 최정희 김가은 기자]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다. 그 사이 티메프 사건은 플랫폼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으로 전이됐다. 지난 2022년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먹통 사고 이후 점화됐다가 사그라들었던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이 다시 일어나면서 국내 플랫폼 업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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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기준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 제정안이 9건 제출돼 있다. 특히 티메프 사건이 터진 이후 4건이 새로 등장했다. 이들 법안은 티메프 사건을 계기로 판매대금 정산 주기 단축 등을 담았지만, 규제 대상으로 따져봐야 할 플랫폼이 티메프처럼 상품·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쇼핑몰인지, 글로벌 빅테크인지, 소상공인과 수수료 갈등을 겪고 있는 배달 플랫폼인지, 아니면 딥페이크 논란이 일었던 텔레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SNS)도 포함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플랫폼’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아직 없는데 규제만 나오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는 앞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안’에서 플랫폼을 둘 이상 집단 이용자들 간 재화 또는 용역 거래, 정보 교환 등 상호작용을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모바일 응용 프로그램 및 이에 준하는 전자적 시스템으로 규정해 전체를 포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을 플랫폼 하나로 묶기에는 사업 영역이나 규모 등이 제각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법안은 규제 논리로 구글 등 미국의 빅테크 업체를 겨냥한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 제정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검색 뿐 아니라 이커머스,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에 밀리기 때문에 자국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와는 결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보기 드물게 네이버(검색), 쿠팡(이커머스), 카카오톡(모바일 메신저) 등 자국 플랫폼이 우세한 국가이므로 일률적인 플랫폼 규제는 되레 한국 기업들의 입지만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행위, 반경쟁 행위 등으로 얼마든지 플랫폼 규제가 가능하다”며 “유럽 DMA법은 우리나라 환경에 맞지 않고 이러한 규제 일변도 환경에서 우리나라 플랫폼 산업이 발전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