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안전보건환경 전문기업 켐토피아의 박상희 대표는 중소기업계가 주장하는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유예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더이상 현장에서의 안전 문제를 미룰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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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최근 서울 구로구 켐토피아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중처법 시행으로 현장의 사장님들이 안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안전에 대한 의식 수준을 높이고 업무 현장의 문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중처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일각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이미 시행 중이라 중처법이 현장의 부담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표는 “산안법을 잘 지키면 중처법을 굳이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며 “중처법 적용으로 회사의 대표가 현장 안전을 신경 쓰는 건 정말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산업 역사에서 사장이 현장의 안전을 사장이 신경 쓴 적이 없다”며 “중처법이 현장 문화를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를 보면 50인 미만 기업에서 발생 비율이 높다. 그 중에서도 건설업 비중이 아주 높다”라며 “통계적으로 나타나는 사실이 명백한데 중처법 유예를 주장하는 것은 사고가 날 것을 알면서도 이를 바로잡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업무상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전체 874명이다. 이중 50인 이상 사업장(167명)에 비해 5~49인 사업장(365명)에서 2배 이상 많이 발생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이 402명으로 46%의 비중을 보였다.
박 대표는 “50인 미만 건설사들은 사실상 무방비라고 보는 게 맞다”라며 “국내 건설 현장은 영국보다 10배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건 안전측면에서 한국은 후진국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중처법 무용론을 주장한다. 중처법 도입 이후에도 유의미하게 사고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부담만 높이는 중처법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중처법 시행이 고작 2년 됐는데 유의미한 통계상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중처법 시행을 계기로 유의미한 통계 변화를 바라기 보다는 안전문화 확립 차원에서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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켐토피아는 지난 2002년 설립돼 화평법·화관법에 대응하는 화학물질 관리 컨설팅으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2022년 기준 매출액은 157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ESG분야를 비롯해 중처법에 대응하는 스마트 안전보건 플랫폼 서비스도 내놨다.
켐토피아는 현대자동차 등과 함께 상생재단을 통해 중처법에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329180), 현대모비스(012330) 등 5개사 및 협력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현대차가 출자하는 50억원을 바탕으로 협력업체에 중처법 대응 솔루션 플랫폼을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형태다.
박 대표는 “중처법 대응을 위해 중소기업이 법무법인에 지불하는 비용이 보통 1억5000만~2억원 가량이다. 사장이 아무리 의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며 “구독형 플랫폼을 통해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중처법에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강점이 있는 화학물질 관련 컨설팅은 물론, 탄소국경세 등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안전·보건 컨설팅까지 종합적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 드론, 인공지능(AI) 등 스마트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서비스도 선보인다. 그는 “중소기업이 구독형으로 돈을 내는 솔루션은 더존비즈온(012510)의 회계 프로그램 정도”라며 “앞으로 안전 보건 환경, 탄소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까지 중소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포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