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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세계 교역성장률 '3.3% vs 2.3%'[최정희의 이게머니]

최정희 기자I 2024.02.16 05:00:00

IMF·WB 세계 성장률 격차도 0.5%포인트
'교역성장률' 전망에서 1%포인트 격차
美 성장률 전망도 0.5%포인트 벌어져
반도체 수출은 '긍정' vs 분절화·홍해 사태 등은 '부정'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해초 주요 국제기구에서 발표한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가 혼란을 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성장 전망치가 0.5%포인트나 벌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양호한 회복세를 보일 것인지, 3년 연속 둔화할 것인지로 나눠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 기관의 세계 교역성장률 전망은 무려 1%포인트나 벌어졌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선 세계 경제성장보다 교역 성장이 중요한 데 어느 쪽 전망이 더 맞느냐에 따라 수출 경기 개선폭이 달라질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출처: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 세계 교역, 작년보단 반등하긴 하는데…2%대냐, 3%대냐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이 1월 발표한 올해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는 각각 2.4%, 3.1%로 집계됐다. 0.7%포인트 차이가 벌어졌다. 다만 IMF는 우리나라 성장률을 2.3%로 밝힌 반면 WB는 우리나라 성장률을 전망하지 않았다.

WB는 지난 달 9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2.4%를 제시하면서 3년 연속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교역성장률은 2021년 6.2%에서 2022년 3.0%, 2023년 2.6%, 2024년 2.4%를 찍고 2025년 2.7%로 소폭 회복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20일 뒤 지난 달 30일 공개된 IMF 전망은 올해 3.1% 성장률을 제시했다. 작년 성장률(3.1%)과 같은 수치다.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며 양호한 경제 성장세가 이어진다는 관측이다. 2월 1일 공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올해 성장률은 2.9%로 양 기관의 중간 정도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WB와 IMF가 상반된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을 내놓은 가장 큰 이유는 세계 교역성장률을 바라보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양 기관 모두 세계 교역성장률이 작년 0%대에서 올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WB는 2.3%를, IMF는 3.3%를 제시할 정도로 전망 격차가 무려 1%포인트나 벌어진다.

OECD는 세계 교역 성장률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으나 교역 성장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아시아 지역의 반도체, 전자제품 생산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자동차 판매도 증가하면서 상품 무역을 뒷받침한다”며 “국제 항공 여객 운송량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 서비스 무역 또한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액은 올 1월 각각 52.8%, 24.8% 증가했다. 각각 3개월 연속, 19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2월 1~10일 수출액도 42.2% 급증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WB는 “작년 세계 교역성장률(0.2% 예측)이 50년만에 최악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선진국 중심으로 상품 수요가 부분적으로 회복되면서 2.3%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6월 전망 수치보다 0.5%포인트나 하향 조정된 것이다. WB는 중국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약하고 글로벌 투자가 부진한 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IMF는 세계 교역성장률을 3.3%로 WB보다 높게 보지만 이 수준은 역사적 평균 교역성장률 4.9%보다 낮은 수치라고 평가했다. 무역 분절화, 지정학 갈등 등이 교역 성장에 방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무역경보(Global Trade Alert)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무역 규제 개수는 2019년엔 1100개였으나 2022년 3200개를 신규로 부과했고, 2023년에도 3000개의 규제가 새로 생겼다.

중동불안에 전 세계 해양 무역량의 약 15%(2022년 기준)를 담당하는 홍해가 막히면서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항해 기간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세계 교역량 회복이 더뎌질 수 있는 요인이다. OECD는 희망봉 주변으로 더 긴 항로를 이용하게 되면서 항해 기간이 30~50% 증가한다고 밝혔다. 관련 운송비용도 비싸진다. 관세청에 따르면 1월 유럽연합(EU) 대상 해상수출 비용은 컨테이너 2TEU(40피트짜리 표준 컨테이너 1대)당 434만5000원으로 전월 대비 72.0%나 급등했다.

동시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OECD에 따르면 최근 운송비용이 100% 오르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연간 OECD 수입물가 상승률을 5%포인트 가까이 올리고 이는 약 1년 후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0.4%포인트 올릴 수 있다. 물가상승세 둔화는 주요국의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고 인하 횟수를 줄여 성장률 회복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

◇ WB·IMF, 美 성장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

WB와 IMF간 세계 성장률 전망 차이는 미국 경제 전망에서도 나타났다. WB는 미국에 대해 올해 1.6%를, IMF는 2.1%로 전망하고 있다. 0.5%포인트 차이다.

WB는 미국 경제에 대해 초과저축 축소, 높은 금리, 고용 둔화를 근거로 소비·투자가 약화돼 작년 2.5% 성장에서 크게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IMF는 견조한 고용과 소비 등을 이유로 미국 경제가 2%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는 OECD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우리나라 주요 수출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 서비스 중심으로 성장하느냐, 상품 위주로 성장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희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의 1월 ISM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1로 전달(47.1)보다 2포인트 상승하면서 점차 회복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지수 내 신규 주문 PMI가 52.5로 5.5포인트 상승한 점도 교역 증가에 긍정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주로 의류, 가죽, 1차금속, 화학제품, 운송장비 등이 증가했다. 반면 컴퓨터 및 전자제품, 석유 및 석탄제품, 전기장비, 가전제품 등은 감소했다.

한편 양 기관은 중국 성장 전망에 대해선 격차가 크지 않았다. WB는 올해 중국 경제가 4.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IMF는 4.6%로 보고 있어 별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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