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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 망신"…전 세계 손가락질 받은 ‘새만금 잼버리’

황병서 기자I 2023.10.01 09:30:24

[다사다난 2023 여름]
158개국 약 4만3000명 참가 ‘2023 새만금 잼버리’
‘폭염과의 전쟁’ 치르고·태풍 ‘카눈’에 철수하기도
미국·영국 등 잼버리 대원 조기 퇴영 결정
월드컵 경기장서 K팝 공연 ‘유종의 미’ 거두기도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뜨거웠던 올 여름, 더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는 전라북도 부안에서 열렸던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다. 대회 초반부터 폭염 대비 미흡과 비위생적인 환경 등으로 언론의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과 영국 등은 자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철수 결정을 선택하기도 했다. 태풍 ‘카눈’이 북상하며 새만금 야영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은 서울 등지로 철수하며 새로운 변곡점을 맞기도 했다. 정부는 물론 기업과 시민들이 총력 지원에 나섰고 12일간의 일정은 우여곡절 끝에 예정대로 끝나게 됐다.

◇ 158개국 청소년 약 4만3000명 참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8월 4일 오전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에서 소방차와 살수차가 지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지난 8월 1일 전북 부안의 새만금에서는 전세계 158개국의 청소년 약 4만 3000명이 참가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렸다. 세계 잼버리는 ‘청소년의 문화올림픽’으로 불리며, 4년마다 세계 각지에서 번갈아 개최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고성 세계잼버리 이후 32년 만에 두 번째로 열리게 됐다. 세계적으로 2회 이상 대회를 개최한 나라는 한국이 6번째다. 서해안에 잇닿아 있는 새만금 잼버리 부지는 8.84㎢ 크기로 조성됐다. 대원들은 17개의 서브 캠프와 5개의 허브 캠프로 나뉘어 야영생활을 했다. 57종 174개의 영내·외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문제는 불볕 더위에 따른 미흡한 대책이다. 한낮 온도가 40도 가까이 치솟으면서 온열질환(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는 급성질환) 환자가 속출했다. 특히 서해에서 불어온 습하고 더운 바닷바람에 간척지가 머금은 습기가 더해지며, 가만히 있어서 숨이 턱턱 막히는 한증막과도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일부 참가자는 공식 행사에 참여했다가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참가자들이 그늘 한점 없는 간척지 땡볕 아래서 허덕이는 상황임에도, 주최 측의 준비와 대응은 턱없이 부족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열기를 낮추기 위해 살수차를 동원해 야영장 곳곳에 물을 뿌렸지만, 원체 습한 날씨 탓에 큰 소용이 없었다. 더위를 막겠다며 야심차게 준비한 ‘덩쿨터널’(물안개를 분사해 온도를 낮추는 장치) 역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그늘마다 자리를 깔고 누워 있었고, 아예 덩굴 터널 안에서 캠프를 차린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영국 외교부는 자국 외교관을 현장에 파견하기도 했다.

◇ ‘더위와의 전쟁’…정부·기업 등 총력 대응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8월 4일 오후 전북 부안군 잼버리공원에서 시민들이 야영장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정부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국방부의 공병대 지원을 요청하며 그늘막,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 증설에 나서달라고 했다. 군의관을 신속하게 파견해 응급상황 대응능력을 강화하라고 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잼버리 대회가 열리는 전북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30억원을 긴급 지원해 병원 냉방시설 추가 설치, 응급 물품 지원, 냉방 셔틀버스 증차 등에 즉시 쓸 수 있도록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회에 공급된 구운 달걀 일부 제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공급된 1만9000개 전량을 회수하기도 했다.

영국과 미국의 스카우트 대원 6000여 명이 조기 퇴영 결정을 하며 잼버리는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경기 평택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등으로 이동했으며, 영국 스카우트 대원은 서울 용산의 한 호텔 등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152개국의 잔류 결정으로 잼버리 조기 폐막이란 위기는 넘겼지만 태풍 ‘카눈’이란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중국에서 일본 오키나와로 방향을 틀었던 제6호 태풍 카눈이 급격히 진로를 바꿔 한반도로 북상했다. 8월 8일 대원 3만6000여 명은 야영지에서 전면 철수했다. 카눈의 직접 영향권에 들면서 배수가 원활하지 않은 새만금이 물에 잠길 수 있어서다. 대원들은 버스 1000여 대에 나눠 타고 수도권 대학 기숙사와 기업 연수 시설 등으로 이동했다. 잼버리 대원들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제공하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지원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잼버리 대회는 8월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로 막을 내렸다. 대원들도 열악한 환경 등에 힘들어했던 모습은 없이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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