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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긴급조치 9호 피해자에 “국가배상 책임 인정”

박정수 기자I 2023.06.19 06:00:00

1977년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체포 후 구속
긴급조치 9호로 인한 손배 청구…2016년 대법서 최종 패소
헌재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 국가배상청구권 침해해 위헌”
헌재 판결에 소송 다시…1·2심 원고 패→대법 파기·환송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복역한 피해자가 헌재의 민주화보상법 위헌 결정이 나오자 2019년 재차 소송을 제기, 대법원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는 긴급조치 9호 피해자인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1977년 10월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체포된 후 구속 기소됐다. 이후 1심은 1978년 2월 A씨에 대해 긴급조치 제9호 위반죄로 징역 단기 2년, 장기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와 검사가 각 항소했고, 항소심법원은 1978년 5월 원고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파기한 다음 A씨에 대해 징역 단기 1년, 장기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A씨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에서 기각돼 위 판결은 1978년 9월 12일 확정됐다.

A씨는 판결에 따라 복역하던 중인 1978년 8월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1심 법원은 1978년 11월 원고에 대해 긴급조치 제9호 위반죄로 징역 단기 1년 6월, 장기 2년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원고와 검사가 각 항소했고, 항소심법원은 1979년 7월 원고가 성년이 됐음을 이유로 직권으로 위 판결을 파기한 다음 원고에 대해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됐다.

원고는 선고된 판결에 따라 구금되어 있다가, 1979년 8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A씨는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2001년 10월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 결정을, 2006년 3월 보상금 지급결정을 각 받고, 위 지급결정에 동의해 2006년 4월 2억625만원을 지급받았다.

A씨는 2013년 10월 제1, 2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2014년 2월 재심개시결정을 받은 뒤 2014년 5월 무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됐다. A씨는 2013년 9월 피고를 상대로 긴급조치 제9호로 인해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국가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1심은 2015년 5월 “원고가 구 민주화보상법에 의한 보상금을 지급받았고, 같은 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에 동의함으로써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각하판결을 선고했다.

위 판결에 대해 원고가 항소했으나 2016년 5월 항소가 기각되고, 다시 원고가 상고했으나 2016년 9월 상고가 기각돼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선행소송에서 각하판결이 확정된 후인 2018년 8월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일부인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해 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2월 다시 피고를 상대로 긴급조치 제9호와 관련한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국가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1·2심은 원고 패소판결했다. 긴급조치가 사후적으로 위헌·무효로 선언됐더라도, 긴급조치권 행사는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이 국민 개개인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국가작용은 공무원이 직무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며 “이로 인한 강제수사나 유죄 판결받아 복역한 국민의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소 제기 당시까지 원고가 피고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권리 행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 기산점,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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