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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통한 마약 밀반입 못 막으면 치명적…콜롬비아 등과 공조 강화”[만났습니다]②

조용석 기자I 2023.04.10 06:00:00

[인터뷰]김종욱 해양경찰청장
“선박 통한 마약 밀반입, 한 번으로 대량 유입 가능해”
“콜롬비아 등과 정보협약…국내기관과도 적극 공조”
국제마약수사과 신설 및 지방청 마수대 인력 보강
첫 순경출신 청장…“기본 충실, 현장에 강한 조직”

[인천=이데일리 조용석 공지유 기자] “2019년 콜롬비아발 석탄운반선을 통해 밀반입될 뻔했던 마약(코카인)은 101㎏으로 무려 33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었습니다. 그해 국내 마약류 전체 밀반입량의 42.7%나 차지했습니다. 해양경찰이 선박을 통한 마약류 밀반입을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인터뷰.(사진=이영훈 기자)
김종욱 제19대 해양경찰청장은 지난 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날로 심각해지는 마약범죄에 대한 엄단 의지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청장은 취임 한 달만인 지난 2월 5개 전 지방청에 마약수사대를 출범시킨 데 이어 총경급 조직인 국제마약수사과 신설을 추진하는 등 마약범죄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방청 마약수사대는 서해권은 한·중 여객선 및 북한산 마약밀반입, 남·동해권은 러시아와 남미 등 외항 선원을 통한 마약밀반입에 각각 특화해 단속 활동을 하고 있다”며 “본청에 국제마약수사과가 신설되면 해양 마약수사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체계 구축과 국제공조가 강화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 청장은 해경의 주요임무인 해양 구조역량 강화를 위해 △수색 구조 인프라 고도화 △구조대원 개인역량 강화 △구급체계 개선 등도 추진 중이다. 명함에 구명조끼 그림과 함께 ‘바다의 안전벨트 구명조끼’라는 문구를 넣은 김 청장은 “바다에서의 안전은 해양경찰의 노력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안전의식 함양도 필요하다”며 “구명조끼 안전 착용 실천 운동 등 안전콘텐츠를 개발·보급해 홍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경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순경 출신으로 수장이 된 김 청장은 “개인적으로 영광임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청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솔선수범하고 노력하는 자세로 일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김 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마약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마약범죄가 사회문제화 되면서 범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 해양 마약류 검거건수도 2017년 60건에서 지난해 962건으로 5년새 16배 이상 늘었다. 해경도 이에 발맞춰 지난해 10월 자체 인력을 재배치해 특별마약수사 TF를 구성, 마약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또 지난 2월 5개(중부·서해·남해·동해·제주청) 전 지방청에 마약수사대를 출범시켜 지방청별로 특화된 단속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운용 중인 특별마약수사 TF는 국제범죄수사에 특화된 외사요원을 투입해 마약수사 전담팀으로 재정비한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인터뷰.(사진=이영훈 기자)
-마약 수사 조직도 강화하는 건가.

△해상 마약수사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체계 구축 및 국제공조 강화를 목적으로 본청 수사국 산하에 10명 규모의 국제마약수사과(마약수사기획계·국제공조계) 신설을 추진한다. 이들은 전체 마약수사를 지휘하는 역할을 하며, 신설된 후에는 각 지방청 마약수사대(외사요원 포함)를 포함해 80명이 합동으로 마약 수사를 위해 움직이게 된다. 5개 지방청 마약수사대 인력도 올해 21명에서 내년 30명으로 증원할 계획이다.

-해상 마약 밀반입 차단이 중요한 이유는.

△선박을 통한 마약류 밀반입은 대량으로 이뤄져 한 번의 밀반입으로도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까운 예로 2021년 해경이 부산신항 2부두에 정박한 콜롬비아발 컨테이너선 1대에서 적발한 코카인은 100만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분량(35㎏)으로, 시가가 1000억원이 넘었다. 반대로 한번 검거하면 육상에서 잡는 것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마약을 적발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첩보와 휴민트(Humint·인간정보)가 중요하다.

-효율적인 해상 마약수사를 위해 국제공조가 중요한 텐데.

△마약 주요 생산지인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와 여러 차례 만남을 갖고 마약정보 공유를 위한 업무협약을 준비 중이다. 콜롬비아 대사는 지난 2월 직접 만나 관련 협의를 했다. 콜롬비아가 획득한 마약 거점이나 마약 밀반입 용의 선박 등의 첩보를 직접 또는 대사관을 통해 받으면, 마약밀반입 선박의 최종목적지가 한국이 아니라도 우리 영해에 들어왔을 때 마약을 압수하고 주요피의자도 검거할 수 있다. (해경은 이달 중순 세계 코카인 생산 2위인 페루와도 정보공유 협약을 맺기 위해 협의할 예정이다) 또 미 마약단속국(DEA), 미 국토 안보 수사국(HSI), 태국 마약청(ONCB)과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기관간의 공조는 잘 이뤄지고 있나.

△14개 부처가 참여하는 마약류대책협의회를 통해 공조체제를 유지·강화하고 있다. 특히 해양마약 밀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관세청과 감시장비 및 정보교류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마약 탐지견 등 각 기관이 가진 자원을 상호지원하고 정보교류 활성화, 감시프로그램 정보의 신속한 공유 등이 가능해졌다. 검찰,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 기관별 우수 특화정책도 교류 중이다. 다만 추진하고 있는 마약 수사조직 강화나 휴민트 구축은 모두 예산 등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

-청보호 전복 등 해상사고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책은 강구하고 있나.

△치안·안전수요가 높은 해역은 경비함정을 신규 배치하고, 노후 함정·항공기는 신형으로 대체하는 등 수색구조 인프라를 고도화 중이다. 또 구조대원이 안심하고 구조 활동을 하도록 개인안전장비, 최신 수중수색 장비를 보급하고,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전복 선박 구조 등 특수교육도 도입했다. 아울러 다수 사상자 발생 등에 대비해 소방·지역 보건소 및 의료기관 등과 이송 및 응급구호소 운영 체계 등을 확립할 계획이다. 다만 바다에서의 안전은 구명조끼 착용 등 국민 개개인의 안전의식 함양도 필요하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다.

-70년 해경 역사상 첫 순경 출신 청장이다.

△출신을 떠나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자 생각했는데, 대다수 상관이 출신, 배경보다 일에 대한 능력을 잘 평가해줬다. 인덕이 좋았다. 제일 낮은 계급에서도 조직의 총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직원에게 좋은 자극과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청장이 되니 말을 할 기회가 많아져 자칫 지휘관 독선으로 흘러갈 수 있겠다는 점은 항상 경계하고 반성하고 있다.

-13일 취임 100일 맞는다. 향후 중점 추진 과제는.

△앞으로 해양경찰은 기본에 더 충실하고 현장에 강한 조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 국정과제와 연계해 향후 10년간 중장기 발전전략 방향을 담은 ‘비전 2033’을 마련했고, 올해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또 국정과제인 ‘해양경비력 강화를 위한 감시체계 첨단화’를 위해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1500톤(t)급 대형함과 해경서 모두에 드론을 배치, 빈틈없는 감시체계를 구축하겠다. 조직별 역할의 관점에서는 본청은 주요정책 기획과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인력 예산 등 자원 확보에 집중하고, 지방청 경찰서 등 소속기관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기본 임무에 충실하도록 하겠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맨 오른쪽)이 지난 달 5일 전남 신안군 어선 청보호 전복사고 관련, 수중수색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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