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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국립외교원장 “美 대중전략은 ‘비스포크’ …韓 아직 선택의 시간있다”

정다슬 기자I 2021.05.20 06:00:00

바이든 두번째 정상회담 상대는 韓
쿼드보다 한·미 동맹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
美대북정책 검토 결과, 긍정적이지만 北 이끌어내긴 역부족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쿼드(Quad)는 먼 얘기”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오는 21일(미국시간) 있을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6개월간 내치에만 힘쓰겠다고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초 발언을 뒤집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 이어 두 번째 정상회담 상대로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가장 첫 번째 순방 국가 역시 한국과 일본이었다. 한·미·일 국가안보실장 대면 회의도 미국 워싱턴에서 이뤄졌다.

김 원장은 1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핵심은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이라며 “그 중심에는 한·일이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두 번째 정상회담 상대가 한국이라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일각에서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쿼드보다 한·미 동맹은 훨씬 더 미국의 대외정책의 핵심에 들어와 있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미국이 하는 압박보다 우리 내부에서 쿼드 가입에 대한 압박이 더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비스포크’(bespoke), 이른바 맞춤형 전략을 얘기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대중 정책은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과거 냉전시대의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역시 생활용품 상당수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중국 배제 전략이 아닌 선택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도 당장 쿼드를 가입하지 않으면 중국 편이라는 식의 접근을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이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편에 서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도 아직 선택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보는 이유다. 그는 “미국으로서도 아직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은 만큼, 당장 진영을 구축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원하는 것은 삼성이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한국이 반중 전선의 깃대를 들고 선봉장에 나서기 보다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 시계를 앞당길만한 실질적인 투자에 나서주길 기대한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 원장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할 만한 파격적인 제안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봤다. 그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폐기(CVID)라는 단어를 회피하고 인권을 대화의 전제 요건으로 내세우지 않는 등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생각보다 긍정적으로 나왔다”면서도 “북한을 나오게 할 불쏘시개가 없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정부는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지 않는다 했지만, 이미 미국이 공을 북한에게 넘긴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는 ‘전략적 인내 시즌 2’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에 대화에 나올 만한 인센티브를 줄 가능성 역시 현재로서는 매우 희박하다.

김 원장은 “막 출범한 바이든 정부로서는 북한에게 먼저 양보할 경우 ‘약하다’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면서 “북한과의 외교가 열려 있다는 메시지 이상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아울러 바이든 정부 내에서 북한 문제를 전적으로 맡아서 진행한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임명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에는 북한에 대해서 워낙 문외한이었던 만큼 대북특별대표라는 직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지만, 현 바이든 정부는 이미 북한과 협상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팀’이라는 것이다. 다만 바이든 정부는 북한인권대사를 임명할 예정이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한국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신뢰한다는 시그널을 보내며 운용의 폭을 넓히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방미의 핵심 목적인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한·미 백신 협력에 대해서는 무난하게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대유행이 통제되기 전까지 미국이 결코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미국이 사용을 승인한 백신 2000만도스를 향후 6주 이내에 해외에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김준형 원장 프로필

△1963년생 △대구 달성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조지워싱턴대 정치학 석·박사 △외교부 혁신이행외부자문위원회 위원장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 위원 △한반도평화포럼 외교연구센터장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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